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당선인(사진)의 취임식(20일)을 앞두고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과 마주 보는 푸젠(福建) 성 일대에서 대규모 상륙작전 훈련을 벌이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홍콩 밍(明)보가 18일 보도했다. 독립 성향의 민진당 정부 출범에 맞춘 무력시위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밍보에 따르면 대만 진먼(金門) 섬과 가까운 푸젠 성 샤먼(廈門)에 주둔 중인 최전선 부대 31집단군은 최근 ‘동남해역’에서 다수의 군함, 무장 헬기, 수륙양용 장갑차 등을 동원해 입체 상륙훈련을 전개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이 훈련 장면을 방영했다.
31집단군은 1958년 진먼 섬에 주둔한 대만군과 ‘8·23 포격전’을 벌이는 등 1979년 미국과 수교 후 포격을 중단할 때까지 대만 공격의 선봉을 맡았다. 밍보는 이 부대의 주요 임무는 유사시 ‘대만 수복’이라고 전했다. CCTV 군사채널은 올 1월 16일 민진당의 차이 후보가 총통선거에서 승리하자 닷새 뒤 31집단군의 상륙훈련 모습을 내보내기도 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의 움직임에 대해 “연례훈련으로 크게 의미 둘 게 아니다”라고 논평했다. 하지만 마카오 국제군사학회 황둥(黃東) 회장은 “(대만이 독립을 추구할 경우) 중국이 무력을 써서라도 통일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군사평론가 우거(吳戈) 씨는 펑황왕(鳳凰網)에 “중국의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차이 당선인이 ‘92공식(共識)’을 인정하라는 압력”이라고 해석했다.
92공식은 1992년 11월 형식상 민간기구인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가 홍콩에서 회담을 갖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서로 다른 국호를 사용하기로 한 합의를 뜻한다. 양안 현상 유지를 중시하는 차이 당선인은 중국의 거듭된 압박에도 92공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차이 당선인은 20일 오전 발표할 취임 연설에서도 92공식이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92회담’이 열렸다는 역사적 사실은 언급할 계획이다.
20일 타이베이 총통부 안팎에서 진행될 취임식 및 축하공연에는 외국 초청인사 200여 명 등 1만9000여 명이 참석한다. 취임식 마무리로는 1970, 80년대 금지곡이었던 ‘대만판 임을 위한 행진곡’인 ‘메이리다오(美麗島)’를 합창한다. 이 노래는 대만 민주화 인사들이 진보잡지 명칭으로 사용하면서 국민당 정권에 항거하는 상징이 됐다. 차이 당선인도 함께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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