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란 우호관계 비결은…1300년 인연-한류로 “한국 좋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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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이란 정상회담/문화]양국 우호적 관계 유지 비결은…
① 신라때 교류… 적대관계 역사 없어
② 노출 적은 한복 등장 드라마 호감
③ 1970년대 근로자 파견해 친밀감

한류 드라마 열풍 2일 오후(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시 재래시장 내 상점의 TV에서 한국 드라마 ‘주몽’이 방영되고 있다. 이란에서 드라마 ‘대장금’의 시청률이 90%를 기록할 정도로 열풍이 분 한류의 기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테헤란=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류 드라마 열풍 2일 오후(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시 재래시장 내 상점의 TV에서 한국 드라마 ‘주몽’이 방영되고 있다. 이란에서 드라마 ‘대장금’의 시청률이 90%를 기록할 정도로 열풍이 분 한류의 기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테헤란=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올해 1월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가 풀리자마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란으로 달려갔다. 한국이 대이란 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동안 제재에 느슨했던 중국은 이란 인프라 시장을 선점해 나갔다. 한국은 한발 뒤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일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로하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양국 관계가 경제 분야에서 발전하면 다른 분야에서도 발전할 수 있고, 한국 기업이 이란에서 많이 활동하기를 기원한다”고 양국의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란이 한국에 문을 활짝 연 것이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이란은 유럽을 상대로 참혹한 전쟁을 겪은 뒤 반(反)서구 DNA를 유지해 왔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고대 신라와 페르시아가 교류했지만 한국과 이란은 역사적 상처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과는 적대적 이해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한국 드라마의 높은 인기가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기도 했다. ‘대장금’, ‘주몽’ 등 사극이 이란에서 80∼90%의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란에선 여성이 신체를 드러내서는 안 되는데 조선시대 궁중 여인들이 전통 의상인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들이 대부분이어서 이슬람 국가에서도 방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가족 중심적인 가치,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 등에도 양국 간 유사성이 있다. 이란은 수천 년 동안 동서양 문화와 지식이 거쳐 가는 통로였다. 이젠 한류가 거쳐 가는 거점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1970년대엔 한국인 근로자 100만 명 이상이 중동에 다녀왔다. 현지에 한국 기업에 대한 친밀감도 많이 남아 있다. 이희수 한양대 교수는 “1970년대에는 이란에도 한국인 근로자 2만 명이 근무했다”며 “당시 경험이나 인맥을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대통령은 직접 한류 지원에 나섰다. 2일 저녁(현지 시간) 테헤란 밀라드 타워 콘서트홀에서 열린 ‘한-이란 문화 공감’ 공연에 참석하고 한식 한복 한지 등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K-컬처’ 전시관을 둘러봤다.

이날 공연에서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이란 국립오케스트라가 ‘아리랑 연곡’, 이란의 국민가요 ‘이븐시나’를 함께 연주했다. 고대 페르시아 훈련법을 운동으로 만든 ‘주르카네’와 태권도 공연도 열렸다. 이란 내 태권도장은 3500여 곳, 수련 인구는 3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태권도가 인기를 끌고 있다.

‘K-컬처 전시관’에서는 할랄(아랍어로 ‘허용된’이라는 의미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총칭) 인증을 받은 백김치와 잡채, 밀쌈, 석류 음료 등을 직접 시식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됐다. 고추장 대신 토마토, 배추 대신 양파 등을 이용한 김치도 소개됐다.

이날 ‘장영실’ ‘육룡이 나르샤’ ‘옥중화’ 등 사극 드라마가 상영됐다. 관람 가능 인원(100명)의 두 배가 넘게 참석을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우경임 woohaha@donga.com / 테헤란=장택동 기자
#한류#사극#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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