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멈추고 점잖아진 입… 트럼프, 본선 진출 한발 앞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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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미국의 선택]뉴욕주 경선서 대의원 92명 확보

19일 뉴욕 주 경선에서 대승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에 한발 더 가까워진 도널드 트럼프(70)는 언행도 점잖아졌다.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을 ‘거짓말쟁이 테드’라고 불러왔지만, 이날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가진 승리 연설에선 ‘크루즈 상원의원’이라고 했다. 대선에서 맞대결할 가능성이 높아진 민주당 경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이번엔 ‘부정직한 힐러리’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는 정제된 언어로 “우리의 일자리가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문제는 경제이고 일자리인데 이건 내 전공 분야”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딴사람 같았다. 연설하는데 대통령후보답게 들렸다”며 이는 최근 선거캠프에 합류한 폴 매너포트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매너포트는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와 그 아들인 조지 W 부시의 선거캠프를 거친 공화당 최고 선거전문가다.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변신은 남은 경선에서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 넘버인 1237명의 대의원을 확보하려면 좀 더 주류 후보처럼 안정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그는 이날 뉴욕 주에 할당된 대의원 95명 중 92명을 챙겼다. 총 850명을 확보한 그에게 이제 매직 넘버까지 남은 대의원 수는 387명. 남은 15개 경선에서 걸린 대의원은 674명으로 평균 58%를 득표하면 산술적으로 자력으로 후보 등극이 가능하다.

각 주별로 대의원 규모와 분배 방식이 다른 만큼 ‘대형 주’에서 얼마나 선전할지가 관건이다. 26일 펜실베이니아 경선에는 71명의 대의원이 걸려 있고 부분 승자독식제다. 막바지 경선전의 최종 분수령이 될 캘리포니아(172명)도 승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방식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두 곳에서 모두 이기는 것으로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과반 대의원 달성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아직은 위태로운 상황이다. 크루즈가 경선판을 7월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까지 가져가기 위해 조직 표를 더욱 가다듬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가 과반 확보에 실패해도 ‘자유 대의원’들이 7월 전당대회에서 결선투표 격인 ‘경쟁 전당대회(contested convention)’에서 표를 몰아준다면 최종 후보 등극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2472명의 공화당 대의원 가운데 어떤 후보에게도 매이지 않은 자유 대의원은 109명이다. 여기에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포함해 중도에 하차한 후보들이 확보했던 180여 명도 대부분 자유의 몸이다.

트럼프는 과반 대의원 확보를 주장하면서도 경선에 출마하지 않은 제3후보까지 나서는 중재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날 연설에서 “크루즈는 산술적으로는 경선에서 퇴출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NN은 “트럼프가 최근 전당대회 본부장으로 임명한 매너포트를 워싱턴 의회로 보내 전대를 앞두고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수시로 접촉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미국대선#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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