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계승자는 힐러리” 뉴욕 흑인들 75% 몰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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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미국의 선택]맨해튼 할렘의 투표소 르포
“할렘은 민주당지지 흑인들 아성”… 샌더스 돌풍 ‘흑인 방화벽’에 막혀

19일 오전 9시 반 미국 뉴욕 맨해튼 흑인 밀집지역인 할렘의 맬컴엑스 거리에 있는 한 복음교회당.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후보를 뽑는 뉴욕 경선 투표소가 차려져 있었다. 1시간 정도 지켜보니 투표자 10명 중 8, 9명이 흑인이었다. 신원확인 절차를 담당하는 흑인 남자는 “이곳 할렘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흑인들의 아성 같은 곳이다. 공화당 경선도 함께 열리지만 아직까지 투표하러 온 공화당원은 못 봤다”고 말했다.

투표를 마친 흑인들의 성향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지세가 뚜렷했다. ‘조지’라고 이름을 밝힌 중년 남자는 “남자들이 미국 정치를 다 망쳐놓고 있다. 이제는 여자가 나설 차례다. 그렇다면 힐러리 말고 누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께 있던 부인도 “첫 흑인 대통령 다음에 첫 여성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클린턴을 찍었다는 다른 중년 여성에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보다 나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클린턴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이건 대통령을 뽑는 일이고, 내가 찍은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샌더스 지지자도 없지는 않았다. 히스패닉인 가브리엘라 에겔라 씨(28·여·회사원)는 “샌더스는 미국 정치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샌더스를 찍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 경선 결과는 ‘흑인의 클린턴 몰표 현상을 극복하지 않는 한 샌더스 정치혁명의 미래도 없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CNN 출구조사에 따르면 뉴욕 흑인 유권자의 75%가 클린턴을 지지했다. 클린턴의 대표적 우군인 ‘65세 이상 노년층’의 지지율(73%)보다도 높다. ‘백인 남자’ 유권자에서만 샌더스(57%)는 클린턴(43%)을 앞섰다. 뉴욕타임스는 “샌더스의 경제 불평등 구호는 학자금 대출과 취업난을 겪는 20대와 일자리를 위협받는 백인 블루칼라에겐 강한 호소력이 있다. 그러나 민주당 핵심 세력인 흑인들이 느끼는 인종 문제는 그런 경제적 차원을 넘어선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흑인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클린턴에 강한 연대감을 느낀다고 했다.

샌더스는 경선 패배 후 “등록된 당원만 투표할 수 있는 폐쇄적인 경선 규칙에 문제가 있다. 당적 없는 시민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밖 세력을 끌어들이지 않고는 클린턴의 ‘흑인 방화벽’을 넘을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는 게 언론들의 분석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오바마#힐러리#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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