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필리핀 ‘어깨 나란히’… 남중국해 냉기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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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필리핀 군사훈련… 日도 참가
섬 탈환훈련 포함… 中 자극할 듯, 4월초 미스치프 환초 해역서
美, 3번째 ‘항행의 자유’ 작전 실시… 中도 美항모 추적감시 등 맞불

‘4월의 남중국해’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남중국해 문제로 서로 얼굴을 붉힌 이후 양측의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지켜 내기 위해 필리핀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까지 끌어들이며 대(對)중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워싱턴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기 직전인 지난달 31일 남중국해에 진입한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함을 중국 군함들이 뒤쫓는 추격전까지 벌어졌다.

3일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이 15년 만에 필리핀 수비크 만 항구에 입항한 가운데 미군과 필리핀군은 정례 군사훈련 ‘발리카탄(어깨를 나란히)’을 4일부터 시작했다. 15일까지 남중국해를 마주 보는 필리핀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번 훈련에는 미군 4400여 명, 필리핀군 3000여 명이 참가하며 호주군 80여 명도 동참해 다양한 육해공 작전을 벌인다. 로이터통신은 3일 “이번 훈련 중에는 가상의 적에게 점령당한 섬을 되찾는 상륙작전도 포함돼 있다”며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은 스카버러 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등을 놓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다음 주 필리핀을 방문해 국방장관으로는 처음으로 연합훈련을 참관할 예정이다. 중국을 겨냥해 군사 공조 강화 의지를 보여 주려는 행보다.

이번 훈련에는 필리핀이 지난해 11월 수입한 한국산 경공격기 FA-50도 참가한다고 필리핀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필리핀 공군은 새로 도입한 FA-50의 훈련 참가 사실을 확인하며 “훈련 수준을 높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은 2017년까지 FA-50 12대를 도입해 남중국해 정찰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훈련에는 또 일본과 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10여 개국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했다. 3일 수비크 항에 들어온 해상자위대 훈련용 잠수함 오야시오함, 호위함인 아리아케함과 세토기리함에 대해 일본 측은 초급 간부 자위관 훈련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필리핀 연합훈련에 맞춰 수비크 항에 기항한 것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군은 이달 초 남중국해에서 세 번째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져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과 올 1월 ‘항행의 자유’를 내세워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도서의 12해리 안으로 구축함을 진입시켰다. 로이터통신은 1일 “3차 작전은 현재 남중국해에 파견돼 작전 중인 존 스테니스함 같은 항공모함이 아니라 더 작은 군함에 의해 수행될 것 같다”며 항행 해역은 미스치프 환초(중국명 메이지자오·美濟礁) 인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존 스테니스함은 지난달 31일 대만과 필리핀 사이 해협을 통해 남중국해에 진입한 뒤 정보 수집함 등 중국 군함들과 추격전을 벌였다고 산케이신문이 복수의 일본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4일 보도했다. 스테니스함의 그레고리 허프먼 함장은 “함대 주위에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많은 중국 함정이 모여들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스테니스함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달 13일 부산항에 입항했던 항모로 훈련 종료 이후 남중국해로 다시 돌아갔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필리핀#군사훈련#남중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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