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華西都市報]세계 명사 사로잡은 쓰촨의 매운 맛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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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사 사로잡은 쓰촨의 매운 맛
캐머런 英총리는 훠궈, 메르켈 獨총리는 두반장에 심취

‘먹는 것은 중국에서, 맛은 쓰촨(四川)에서’라는 말이 있다. 최근 몇 년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등이 쓰촨 성 청두(成都)를 방문했다. 쓰촨의 미식(美食)은 각국 인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어떤 음식을 맛보았을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얼얼하고 맵지 않으면, 쓰촨요리가 아니다.’ 캐머런 총리는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는 2013년 12월 청두 국제컨벤션센터에 있는 훠궈요리점 ‘샹톈샤(香天下)’에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젓가락을 이용해 마라훠궈(麻辣火鍋)를 즐겼다. 여러 종류의 훠궈(火鍋·샤브샤브) 재료 중에서 캐머런 수상이 가장 좋아한 것은 버섯모듬이었다. 향채완자를 어찌나 좋아했던지 추가로 2인분을 더 주문했다.

쓰촨과 충칭(重京)의 마라훠궈는 얼얼하고 매운 맛, 신선하고 향긋한 풍미로 오래 전부터 많은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훠궈가 포용성이 강한 미식이라는 것이다. 각종 신선한 식재료가 들어가 있어 혀끝을 감도는 맛으로 수많은 식객들을 사로잡았다. 훠궈는 극한의 중국문화를 내포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따로따로보다 함께하는 것을 좋아한다. 뜨겁게 끓고 있는 훠궈 주위로 가족과 친구들이 둘러 앉아 함께 먹고 즐기다 보면 정이 넘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영국 총리가 청두의 미식에 빠져든 게 아닐까.

훠궈 이외에 캐머런 총리는 두보초당에서 싼화차(三花茶)를 마시고, 청두 진리(錦里)에서 칭차(淸茶)를 샀다. 차문화는 파촉 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청두 사람들은 차를 좋아해 거리 곳곳에서 차 카페를 볼 수 있다. 청두 사람들은 차를 마시며 마음을 나누고, 차를 마시며 삶의 지혜를 얻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메르켈 총리는 재래시장에 직접 가서 식재료를 구입했다. 2014년 청두의 한 재래시장을 찾은 그는 형형색색의 조미료가 있는 상점에서 발길을 멈췄다. “어떤 조미료가 제일 좋냐”고 묻는 총리에게 상점 주인은 주저하지 않고 청두 특유의 조미료인 두반장을 추천했다.

궁바오지딩(宮保鷄丁), 마파두부 등 전통 쓰촨요리에 빠질 수 없는 재료인 두반장은 ‘쓰촨요리의 혼’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천연의 우수한 재료에 전통적인 제조방식으로 만들어진 두반장은 음식에 깊은 맛과 윤기를 더해준다. 시간과 자연이 빚어낸 두반장이 메르켈 총리의 첫 번째 선택이었다.

궁바오지딩은 닭고기, 땅콩, 다진 파, 생강 절편 등 기본 재료 외에 맛의 비결을 만들어 내는 재료가 하나 더 있다. 파와 생강, 고추를 팬에서 볶은 후 크고 작게 썰은 닭고기를 넣고, 향이 가득한 마지막 비법인 두반장을 첨가하여 함께 볶아내면 그 신비로운 맛이 탄생하는 것이다. 부드러운 닭고기와 바삭한 땅콩을 함께 먹으면 안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 조화롭고 절묘한 맛이 난다. 쓰촨인들에게는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가정식 요리다.

▽게리 로크 전 주중미국대사=
쓰촨에는 ‘창잉 식당(蒼蠅館子)’으로 불리는 곳들이 있다. 창잉은 한국어로 곤충 파리를 뜻한다. 이름처럼 외견 상으로는 보잘 것 없는 식당이다. 3,4개의 테이블과 의자가 전부다. 하지만 오리지널 쓰촨 요리를 맛볼 수 있어 한 번 가면 나중에도 다시 찾는 곳이다.

2011년 게리 로크 주중미국대사가 청두를 방문했을 때, 그는 곳곳에 숨어있는 ‘파리 식당’을 찾았다. 좁은 가게 안에 테이블도 몇 개 안 되지만 대사 일행 15명은 테이블을 붙여 앉아 식사를 즐겼다.

마파두부, 반주터우러우(拌猪頭肉·돼지머릿고기 볶음), 토마토 계란국 등 로크 대사가 시킨 음식은 모두 쓰촨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정식 요리였다. 그 중 마파두부와 궁바오지딩은 2인분을 주문했다. 주문한 한 끼 식사비를 다 합쳐도 180위안(약 3만2000원)에 불과했다.

‘파리 식당’은 그다지 고상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그 맛 때문에 쓰촨인들에게는 친근해진 이름이다. 쓰촨 골목골목에 있는 ‘파리 식당’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놀랍고 자극적이며 재미있고 격조 높은 무대와도 같다.

화시두스보 기자 라이팡제(賴芳杰)·인턴기자 양천(楊晨)
#華西都市報#쓰촨#매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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