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낭만의 도시란 이미지에 실리콘밸리와 가까워 많은 벤처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반(反) 기업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고 8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사는 도시에 기반을 둔 산업이나 기업에 대한 애정이 많다. 자동차 산업이 강한 디트로이트의 프로농구팀이 피스톤스(자동차 부품), 맥주 양조업 비중이 큰 밀워키의 프로야구팀이 브루어스(맥주 양조업자)란 이름을 쓰는 것도 이런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주민들, 이른바 ‘샌프란시스칸’들의 상당수가 벤처기업은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고, 지나친 혜택을 받아 박탈감을 느끼게 만드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벤처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샌프란시스코의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방 한 개짜리 아파트의 월 임대료가 중간값 기준으로 3500달러(약 424만 원)인데 이는 미국에서 가장 높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레드핀이 일부 교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집값을 감당할 수 있다’고 답한 이가 한 명도 없었다. 고교 교사인 데릭 타이난-코널리 씨는 “세입자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며 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벤처기업 직원들을 위한 셔틀버스가 대중교통을 위한 정거장에 마음대로 설 수 있는 것도 해당 기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큰 불편을 주고 있다. 교통 체증이 생기는 건 물론이고, 일부 주민들은 아이들을 등·하교시키는데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불평을 토로한다.
벤처기업 종사자들과 일반 주민들 사이에 갈등도 생기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벤처기업 종사자들이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이해하지 못해 벌어지는 갈등이 많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중학교 교사로 일하는 헬레나 코다 씨는 벤처기업에 다니는 친구들 때문에 자주 속앓이를 한다.
코다 씨는 “그들은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너무 자주 ‘교사를 그만두고 우리 업계로 오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벤처기업에 다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불쾌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저스틴 켈러라는 벤처기업 창업자가 “부자들은 (물가가 비싼) 도시 안에서 살 권리를 얻은 사람들이다. 출퇴근 길에 노숙자들의 고통과 절망을 매일 보고 싶지 않다”는 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의 현재 상태에 대한 인식은 같은 캘리포니아 주의 또다른 대도시인 로스앤젤레스에 비해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 캘리포니아 공공정책 연구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지역 사람들 중 39%가 ‘캘리포니아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답해 2014년(29%)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반면 로스앤젤레스는 33%를 기록해, 37%였던 2014년에 비해 4%포인트 하락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