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25% 아사 위기…92세 독재 대통령의 흥청망청 생일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일 1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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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면 89세를 맞았을 총리의 암살 30주기를 맞아 전 국민이 애도하고 있을 때 전 국민의 25%가 아사(餓死)할 위기에 처한 국가의 독재자는 자신의 92세 생일 잔치에 흥청망청 돈을 쓰고도 여전히 건재하다.

지난달 28일은 42세에 스웨덴 최연소 총리가 됐고 두 번째 총리 임기 중 암살당한 올로프 팔메(1927~1986년)의 30주기였다. 그는 30년 전 2월 28일 밤 스톡홀름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귀가하는 길에 뒤에서 의문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경호원도 대동하지 않고 아내와 단 둘이었다. 알코올 및 약물 중독자인 크리스터 페테르손(2004년 사망)이 범인으로 지목됐으나 항소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뒤 지금까지 범인이나 배후가 밝혀지지 않았다.

30주기를 맞은 이날 스웨덴에선 국가적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을 집전한 뢰프벤 총리는 “‘더 큰 평등’을 꿈꾼 그의 유산은 교육, 복지, 환경,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빛을 발하는) ‘스웨덴 모델’을 통해 자명해졌다”고 추모했다. 저격 현장과 팔메 전 총리의 거리 묘지에도 헌화의 발길이 이어졌다.

진상 규명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뉴욕타임스는 군부 엘리트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정반대의 길을 걸은 팔메와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15~2006)를 비교하며 팔메 암살의 의문점을 짚었다. 스웨덴 수사국도 이 사건에 대한 수사 재개를 선포했다.

그보다 하루 앞선 27일엔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92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초호화 파티가 열렸다. 무가베는 팔메 전 총리가 암살당한 이듬해인 1987년 대통령에 취임한 뒤 30년 가까이 철권 통치를 휘둘러온 아프리카의 대표적 독재자다. 매년 그의 생일(2월 21일)을 전후해 국가적인 파티가 열린다.

올해도 고대 유적지인 ‘그레이트 짐바브웨’ 인근 도시 마싱고에서 수천 명이 참석한 잔치가 벌어졌다. 그의 나이와 같은 92㎏짜리 초대형 케이크가 등장했고 소 50마리가 도축됐다. 생일잔치 비용만 80만 달러(약 10억 원)가 들었다고 AFP가 보도했다.

현재 짐바브웨는 극심한 가뭄으로 주식인 옥수수의 75%가 말라죽어 300만 명의 국민들이 굶어 죽을 지경으로 국제사회에 160억 달러 규모의 식량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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