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엔 안보리 對北제재 김정은 김여정 왜 제외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6일 00시 00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5일(현지 시간)부터 북한에 대한 제재 결의안 검토에 들어간다. 전날 미국과 중국은 북한을 사실상 봉쇄하는 합의안 초안에 서명했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석탄과 항공유(등유)를 비롯해 북한의 군사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품의 수입을 막고, 북한 항구를 오가는 선박은 의무적으로 검색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경제 활동을 제외한 모든 현물과 자금 거래를 통제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요소가 다수 포함됐다며 개성공단 폐쇄에 이어 안보리 제재에 돌입하면 북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경고한 것처럼 북한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정권이 무너진다고 받아들일 만큼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가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제재 대상 기관과 인물이 확대됐다고는 하지만 북 도발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김정은과 노동당 서기실장으로서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관리하는 그의 여동생 김여정이 제재 대상에서 빠진 것은 통탄스럽다.

중국이 김정은 정권을 직접 겨냥하는 데 반대했을 개연성이 크다. 북으로 들어가는 모든 자금줄을 완전히 틀어막는 것도 중국이 북한 붕괴를 부를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한다. 2012년 12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뒤 유엔 안보리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을 논의할 때도 중국은 반대했다.

그때 세컨더리 보이콧이 작동됐더라면 북은 4차 핵실험까지 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중국이 이번에도 뒷전에서 북의 숨통을 틔워준다면 제재는 실효성을 잃을 것이다. 적당히 제재하다 북한의 비핵화를 내걸고 6자회담으로 이어지고, 또 핵실험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거듭해선 안 될 일이다.

빠르면 이번 주말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된다. 안보리 결의는 북의 변화를 유도하는 수단일 뿐 그 자체로 완결되는 목표가 아니다. 정부는 유엔 관문을 넘은 대북 제재가 실효를 거두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북-중이 6자회담과 평화협정을 함께 논의하자고 나설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제재의 최종 목표는 과연 무엇인지 등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에 대한 깊은 전략적 숙고를 할 필요가 있다. 북한 선박이 핵무기나 미사일을 일반 화물로 위장해 우리 항구에 무상 출입해도 검색하지 않는 현실도 더는 묵과해선 안 된다. 한반도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면 국제사회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일 수밖에 없다.
#김정은#김여정#유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