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의 반란’ 아이오와 드라마 만든 숨은 조연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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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美 대선]

▼ ‘정치신인 돌풍’ 8년전 길닦아 ▼

오바마

1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발목을 잡은 버니 샌더스, 도널드 트럼프를 꺾은 테드 크루즈, 3위로 뛰어오르며 공화당 주류의 기대를 받고 있는 마코 루비오 등 새로운 스타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오와에서 펼쳐진 화려한 ‘반전 드라마’ 뒤에 숨은 조연들도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선 기성 정치인들보다 정치 신인들이 대세를 형성했다”며 “그런 정치적 ‘아웃사이더’의 길을 닦아놓은 인물이 바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라고 보도했다.

공화당 경선에서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한 크루즈, 루비오처럼 오바마 대통령도 8년 전에는 초선 상원의원에 불과했다. 2008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정치를 오래 하면 할수록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 워싱턴 정치 경험은 (선거에서) 자산이 되지 않고 오히려 부채가 되기 때문’이라는 조언을 듣고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워싱턴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오바마 돌풍’을 일으켰고 그 바람이 8년이 지난 이번 선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NYT는 “오바마의 성공이 없었다면 이들 정치 신인의 약진도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머리카락이 더 하얗게 된 다음 다시 도전하라’고 했는데 지금이 바로 내가 대통령이 돼야 할 시점임을 아이오와는 알려줬다”고 했다.

▼ ‘3번째 부시’서 군소후보 전락 ▼

젭 부시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 경선에서 6위로 밀려나며 졸지에 군소 후보로 전락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조명했다. WP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공화당 경선 주자들이 얻은 표와 그동안 쓴 선거자금을 계산한 뒤 “부시 전 주지사의 1표는 5200달러(약 629만 원)로 가장 비쌌다”고 전했다.

반면 가장 효율적으로 돈을 쓴 후보는 트럼프다. 그는 1표에 300달러(약 36만3000원)만 쓰고도 2위를 차지했다. 미 언론은 “부시 전 주지사는 아버지 조지 부시, 형 조지 W 부시에 이어 자기가 ‘세 번째 부시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를 전혀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 추락 사실상 일등공신 ▼

메긴 켈리


파죽지세였던 트럼프가 아이오와에서 2위로 떨어지면서 각광받는 인물이 폭스뉴스의 여성 앵커 메긴 켈리다.

트럼프는 폭스뉴스의 1차 TV토론에서 ‘켈리가 불공정한 진행을 했다’며 모욕적 언사를 퍼부었고 켈리가 진행하는 마지막 TV토론에도 불참했다. 켈리는 ‘트럼프 없는 TV토론을 더욱 깔끔하게 진행했다’는 호평을 받은 반면 트럼프는 1위 수성(守城) 실패의 가장 큰 이유가 ‘TV토론 불참’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아이오와 주립대 정치학과 스티븐 슈밋 교수 등 정치전문가들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아이오와에서 열린 TV토론에 트럼프가 나서지 않은 것이 유권자들에게 여러모로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폭스뉴스도 2일 트럼프를 향해 “우리가 주최한 TV토론에 불참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고 비난했다. 반면 켈리에겐 유명 토크쇼에서 출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진보 성향의 인터넷 매체들마저 “모든 여성은 트럼프의 지지자들에게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켈리 편에서 싸워야 한다”며 응원하고 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오바마#젭부시#메킨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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