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英 ‘설탕세 신설’ 논란

  • 동아일보

캐머런 “비만인구 증가 심각”… 커피 등에 추가세금 부과 검토
“서민들 부담만 늘 것” 비판 확산속 스타벅스 “설탕 줄일 것” 선제대응

스타벅스 캐러멜 프라푸치노 한 잔(톨 사이즈)에는 설탕이 44g 들어 있다. 달달한 커피 한 잔의 행복감도 잠시, 어느새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설탕 섭취량(25g)의 두 배가량을 먹었다.

영국에서는 최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설탕세(Sugar Tax) 도입 방침을 밝히면서 찬반 논쟁이 거세다. 그는 7일 헝가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세금을 매기는 것을 원치 않지만 우리는 비만과 관련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연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탕세는 설탕이 들어간 커피나 탄산음료에 붙는 10∼20%의 추가 세금이다. 과다한 설탕 섭취로 비만 인구가 늘고, 당뇨병 암 심장병 환자가 많아져 의료예산 부담이 커지자 설탕에 추가 세금을 부과해 소비를 줄이자는 취지다. 걷은 세금은 비만 퇴치에 쓰인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설탕세 도입을 검토했지만 조세 저항이 커지면서 관련 정책을 보류했다. 그럼에도 설탕세 추진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국민의 심각한 비만 때문이다.

현 추세로 비만 인구가 는다면 향후 20년 동안 영국에 70만 명의 추가적인 암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2035년에는 비만으로 인한 당뇨, 심장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국민건강보험(NHS) 예산이 13조2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자발적인 움직임도 있다.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14일 시청 내 카페에서 설탕이 들어간 모든 음료에 10%의 설탕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스타 셰프 제이미 올리버의 식당을 비롯해 영국에서만 130여 개의 식당에서 자발적으로 설탕세를 부과해 왔다. 이번에 처음으로 공공기관이 참여한 것이다. 앞서 멕시코에서는 2014년 탄산음료에 10%의 설탕세를 도입한 뒤 소비량이 12%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서민들의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표적이 된 스타벅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2020년까지 영국 내 모든 지점에서 설탕 함유량을 25%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영국#설탕세#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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