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돈정치의 그늘… 후원 액수따라 철저한 차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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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0달러 내면 ‘기념촬영’… 2만7000달러엔 ‘개별면담’
5만달러는 식사하며 2시간 대화

“어머니는 저의 영웅입니다. 1달러를 기부해 어머니를 응원해 주세요.”

13일 미국 민주당 경선후보들의 첫 TV 토론을 앞두고 유력 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딸(첼시 클린턴)은 9일 후원금 기부를 호소하기 위해 이 같은 e메일을 보냈다. 비슷한 내용의 e메일을 8일엔 클린턴 전 장관이 직접 보냈고 지난달 30일엔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보냈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온라인 후원금 모금에선 1달러의 소중함을 이처럼 외치지만 오프라인 모금 행사에선 후원금 액수에 따라 클린턴 전 장관과 만나는 데 철저한 차별대우가 이뤄진다.

지난달 뉴욕 맨해튼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열린 후원금 행사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초청자는 후원 액수에 따라 △2700달러(약 313만 원) △2만7000달러(약 3130만 원) △5만 달러(약 5800만 원) 등 3등급으로 나뉜다. 이 행사엔 2700달러 기부자 100여 명과 2만7000달러 기부자 5, 6명이 참석했다. 5만 달러 기부자들은 돈만 보내고 행사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이 모임을 주관한 한 인사가 전했다.

이 모임에서 2700달러 기부자들에게는 클린턴 전 장관의 짧은 연설을 들은 뒤 개별 사진을 찍을 기회만 제공된 반면 2만7000달러 기부자들은 별도의 장소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 30분 이상 면담(리셉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5만 달러 기부자는 오찬이나 만찬을 같이하며 2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한다.

뉴욕 지역 유권자단체 관계자는 “이런 모임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되기 때문에 ‘후원금을 내겠다’고 약속하고 신원을 확인받은 뒤에야 모임 장소의 주소를 알 수 있다”며 “이처럼 후원금의 규모에 따라 만남의 양과 질이 달라지는 건 클린턴 전 장관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의 오래된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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