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시진핑 ‘고향 외교’… “양국관계 인치서 마일로 도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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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은 실크로드-문화교류 출발지… 모디, 보리수 심고 다옌탑 둘러봐
中 일대일로-印 투자유치 ‘윈윈’… 영토분쟁에도 경제협력 손잡아

“방금 시안(西安)에 도착했습니다. 중국 방문은 총리 취임(지난해 5월) 이후 처음입니다. 3일간 문화 정치 경제 협력을 전개할 것입니다. 내가 시안에 온 것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지난해 9월) 인도를 방문했을 때 약속한 것입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4일 산시(陝西) 성 시안에 도착한 직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중국어로 이렇게 인사말을 올렸다. 모디 총리는 중국 방문을 앞두고 4일 웨이보를 처음 개설해 “중국 안녕하세요(니好 中國)”라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산시(陝西)대회당’에서 모디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외국 정상을 고향에서 맞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베이징(北京)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안으로 초대한 의미를 강조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외국 정상을 베이징이 아닌 곳까지 마중 나가 영접하고 회담을 하는 것은 대단히 파격적인 예우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인치(inch)’에서 ‘마일(mile)’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양측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지와 바다의 21세기 실크로드 계획) 및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모디 총리가 주창한 ‘동방 정책’ 등이 서로 이익의 교차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양국이 국경 영토 분쟁이 계속되고 양국 간에 신뢰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관련해 “서로 신뢰를 쌓는 데 공동 노력하고 서로의 이견과 문제를 잘 통제해 양국 관계의 큰 국면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와 오랜 역사적 관계가 있는 곳에 초대해줘 감사하다”며 “인도는 중국을 위대한 이웃 국가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양국이 각 분야 협력을 통해 이견을 적절히 처리하자”며 “양국 관계가 역사의 새로운 단계로 높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AIIB는 지역 경제 사회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협력을 약속했다.

양국 정상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외교와 안보는 잠시 접고 경제 문화 인문 교류 등을 통해 ‘룽샹궁우(龍象共舞·용과 코끼리의 춤)’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이 모디 총리를 시안으로 초대한 것은 지난해 9월 시 주석의 인도 방문 시 모디 총리가 고향인 구자라트 주 아마다바드로 초대한 것에 대한 답례 성격이다. 시안은 당나라의 수도 장안이 있었던 곳으로, 동서 실크로드의 출발 도시로 시 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에 대한 협조를 강조하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시안에는 당나라 현장 법사가 7세기 불교 경전을 얻기 위해 서역(인도 포함)을 다녀온 뒤 구해 온 경전을 보관하기 위해 세운 다옌(大雁)탑도 있어 역사적 인연도 깊다.

모디 총리는 회담 후 다옌탑을 참관하고 보리수나무도 식수해 양국의 오랜 문화 교류를 강조했다. 식수 후 시안 남쪽 성벽을 참관할 때는 전통 당나라식 환영식이 열렸으며 시 주석이 마련한 만찬 후에는 전통 문화 공연을 관람했다.

앞서 이날 오전 7시 반경 시안에 도착한 모디 총리는 오전 진시황병마용 박물관을 관람했다. 모디 총리는 방명록에 영어로 “중국의 높은 문화적 성취를 보여주는 것으로 잘 (복원) 보존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라고 적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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