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임금 이제 그만”…임금 불평등, 美대선 이슈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6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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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불평등 문제가 2016년 미국 대선 레이스의 초반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민주당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연일 “최고경영자(CEO) 연봉이 일반 직원 평균의 300배나 되는 것은 문제”라며 임금 불평등 해소 의지를 밝히자 보수 언론 등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15일 미국 전역에선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약 1만6500원)’로 대폭 인상하라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시위도 벌어졌다.

WSJ은 15일자 사설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어떤 자료를 근거로 ‘CEO 연봉이 직원의 300배’란 주장을 하는지 모르지만 많은 CEO들은 ‘힐러리만큼만 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시간당 강연료가 약 20억 달러(약 2억2000만 원)인 점을 꼬집은 것이다. WSJ은 “저임금 노동자들 요구대로 연방 최저 임금(현재 시간당 7.25달러)을 100% 이상 올려 준다고 해도, 클린턴 전 장관의 시간당 소득(강연료)이 시급의 1만3000배가 넘는다”고 강조했다. ‘CEO들의 고액 연봉을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는 얘기다.

지금까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연방 최저 임금을 10.10달러까지 올리는 법안의 의회 통과를 추진해왔으나, 기업 경쟁력 악화 등을 우려한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되곤 했다. 지난해 미 의회예산국은 “최저 임금을 시간당 10.10달러로 올리면 90만 노동자가 ‘빈곤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반면, (기업들의 부담 때문에) 5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15달러를 위한 투쟁(Figth for 15)’이라는 이름으로 미 전역 230여 도시에서 진행된 시위에선 “노예 임금 이제 그만” 등의 정치 구호가 많이 등장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노동단체인 서비스노동자국제연대가 ‘납세의 날(4월15일)을 맞아 조직한 이날 시위에선 각 도시별로 수십~수백 명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한편 ABC방송은 ’자신의 연봉(200만 달러)을 90% 이상 삭감해 직원 70명(평균 연봉 4만8000달러)의 최저 연봉을 7만 달러로 대폭 올린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기업인 그래비티페이먼츠의 댄 프라이스 CEO‘ 소식을 전하면서 “올해의 CEO감”이라고 평가했다. 이 방송은 “이 소식이 다른 CEO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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