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과연 퍼거슨 참사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9일 17시 27분


코멘트
지난달 말 백인 경관에 의한 흑인 총격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 흑백갈등 시위를 몰고 왔던 미주리 주 퍼거슨 시를 찾았을 때 한 교회 뒷마당에서는 50여 명의 흑인들이 모여 조촐한 파티를 열고 있었다. 이 지역 출신인 파멜라 미네스 전미흑인법조인협회(NBA) 회장과 회원들이 7개월 동안의 시위와 폭동에 지친 흑인 주민들의 치유를 돕기 위해 작은 위로 잔치를 연 것이었다.

이날 모임에서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들이 많았다. 이 곳이 지역구인 샤론 페이스 하원의원은 금발의 백인 여성이었지만 제도적인 흑인 차별을 방지할 법안 마련에 앞장서고 있었다. 3박 4일의 출장 취재가 힘들었지만 치유와 변화를 위한 흑백 화합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어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4일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노스찰스턴에서 다시 비무장 흑인을 백인 경관이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일을 보면서 ‘과연 미국은 퍼거슨 참사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다시 들었다.

이번에 퍼거슨에서 새삼 확인한 것은 60. 70년대 미국사회를 뒤흔든 흑백 인종차별이 흑인대통령을 배출한 지금도 현재진행형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한 흑인 주민은 기자에게 “백인 경찰은 흑인이 (고급 승용차) 캐딜락을 몰고 다니면 무조건 차를 세우고 조사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로 백인들은 경찰들은 마약 밀매나 매춘 등 불법행위가 아니면 흑인이 어떻게 캐딜락을 몰겠느냐고 생각한다는 거였다. 일부 경찰들은 조사 결과 문제가 없으면 흑인이 몰고 다니는 차에 마약을 몰래 넣어 범인으로 모는 일까지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남편과 아버지, 아들을 잃은 여인들의 한결같은 호소는 “아무리 잘못을 했더라도 총으로 쏴 죽일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퍼거슨에서 만났던 한 50대 백인 남성은 “경찰이 비 무장한 흑인을 죽인 것도 잘못이지만 경찰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저항한 것도 잘못이다. 문제는 ‘흑인이야 백인이냐’하는 인종문제가 아니라 ‘법을 지키느냐 어기느냐’하는 준법의 문제”라며 인종간에 사건을 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한국사회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지만 미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은 흑인들이 백인에 비해 교육과 신분 상승의 기회를 덜 받고 경제적 소외계층으로 전락하면서 법을 어기는 범법자가 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지식인들도 걱정하는 경찰의 공권력 과잉도 심해지고 있다. 미국 내 흑백 갈등 문제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었다. 따라서 해결책 역시 매우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을 퍼거슨 시 취재로 하면서 깨달았다.

워싱턴=신석호특파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