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신조, 외교청서에 ‘독도 영유권’ ‘위안부’ 거론 도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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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7일 오전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에 대해 ‘자유,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등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한다’는 문구를 삭제한 2015년판 외교청서를 채택했다. 외교청서는 일본 외교의 현황을 분석하고 기본 방침을 정한 문서다.

일본의 2015년판 외교청서는 한국에 대해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만 규정하면서 ‘양호한 일한 관계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불가결하다’고 기술했다. 지난해 외교청서가 한국을 ‘자유,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등의 기본적인 가치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확보 등 이익을 공유하는 나라’라고 표현한 데 비해 크게 후퇴한 것이다. 일본 언론은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기소 건이 이번 외교청서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청서는 또 독도에 대해 ‘역사적 사실로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기술했다. 2008년 이후 8년 연속 같은 주장을 담은 것이라지만 전날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18종 모두가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기술한 것에 이은 것이어서 일본의 독도 공세가 심상치 않은 수준이라는 감지하게 한다.

일본 정부는 특히 자신들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거 행정문서와 신문기사, 사진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올 여름까지 일문 및 영문으로 정부 홈페이지에 싣는다는 방침이다. 이날 발표한 외교청서 전문도 영문으로 번역해 외무성 홈페이지에 올릴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를 겨냥한 치밀한 계획표에 따라 자료 수집과 국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외교청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아시아·대양주 파트 총론에 별도 항목으로 기술하고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앞선 대전으로 인한 배상·재산권·청구권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안부들을 현실적으로 구제한다는 관점에서 국민과 정부가 협력해 아시아여성기금을 설립했다’며 관련 활동을 소개했다.

청서는 또 일본이 1954년 정부개발원조(ODA)를 개시했다며 ‘특히 아시아 각국에 대한 중점적인 지원과 기술협력은 한국과 중국 아세안 각국의 경제발전에 불가결한 인프라 정비와 교육에 투자됐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선의(善意)가 아시아 근대화에 이바지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7일 일본 정부가 2015년판 외교청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담은 것에 대해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항의했다. 전날 중학 교과서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채 검정을 통과한데 대해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이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항의한 데 이어 이틀째다.

일본 내부에서도 전날 중학교 교과서 검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7일 ‘교과서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교과서 편집지침을 고쳐 영토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생각을 적도록 요구했다’며 ‘교과서는 국가의 홍보지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쿄신문도 ‘정부의 견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 아베 정권이 지향하는 균형 잡힌 교육인가’라고 비판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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