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외면했다”… 美변호사 30년前 오판 사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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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시절 무고한 흑인 살인죄 몰아… 30년 투옥 흑인 폐암 걸린채 석방돼

“나는 재판에 이기겠다는 생각에만 빠져 정의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만하고, 비판하길 좋아하고, 자아도취적이고, 너무 자신만만했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 전직 검사였던 마티 스트라우드 변호사(63·사진)가 20일 이 지역 매체 슈리브포트 타임스에 30여 년 전 검사 시절 한 무고한 흑인을 살인자로 몰아세운 것을 통절히 반성하는 편지를 공개해 화제다.

스트라우드 변호사는 루이지애나 주 검사로 일하던 1983년 당시 흑인 청년 글렌 포드 씨가 금은방 주인 이사도어 로즈먼 씨를 총으로 쏴 죽인 혐의로 그를 1급 살인죄로 기소했다. 12명의 백인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스트라우드 검사의 손을 들어줬다. 무죄를 주장한 포드 씨에게는 다음 해 사형이 선고됐다.

이후 포드 씨는 언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지 모르는 사형수로서의 고통스러운 삶을 30년이나 살아야 했다. 그가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은 지난해 3월. 유죄 판단에 사용됐던 증거가 불충분하고 형사재판 경력이 없는 신참 변호사가 피고인을 제대로 변론하지 못했던 점이 인정되었기 때문이었다.

포드 씨는 감옥에서 3기 폐암에 걸린 채 석방됐고 현재는 병세가 악화돼 4기 폐암으로 번진 상태다. 그가 풀려났다는 소식을 들은 스트라우드 변호사는 아직 포드 씨를 만나지 못했지만 변호인을 통해 사정을 전해들은 뒤 반성문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는 공개 반성문에서 30년 전 자신이 잘못된 결정을 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았다며 모든 이들에게 사과했다.

“포드 씨와 가족이 겪은 불행에, (살해된) 로즈먼 씨와 가족에게 사건이 종결됐다는 잘못된 희망을 준 것에 대해, 배심원들에게 사건 전말을 밝혀 알리지 못한 점에 대해, 변호인에게 무죄 증거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모두 사과드립니다.”

스트라우드 씨는 반성문이 공개된 다음 날인 21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30년 전 재판은 그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공정한 것이었다”며 “포드 씨의 변호인이 한번도 형사법을 집행해 본 적이 없는 초짜인 것을 보며 ‘처음부터 잘못된 조합’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법 집행만이 최우선이란 생각에 밀어붙였다. 그런 점에서 나는 열혈 십자군 전사였다. 살펴봐야 하는 다른 증거들이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 포드 씨가 석방됐다는 소식을 듣고 자책감으로 전율했다. 너무 늦게 정의가 실현되었고 나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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