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참수 동영상 보던 중년 여성의 비명 “저건 내 아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일 15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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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내 아들이야!”

지난해 8월 공개된 이슬람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참수 동영상을 보던 영국 중년 여성은 이렇게 비명을 질렀다. 검은 복면을 쓴 ‘참수 저승사자’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연락이 끊긴 아들인 걸 알았다. IS가 공개한 첫 번째 참수 영상에서 ‘지하디 존’으로 알려진 이 남성은 영국식 발음으로 1분이 조금 넘는 연설을 끝낸 뒤 흉기를 들어 미국인 기자 제임스폴리를 참수했다. 그의 어머니가 동영상을 확인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일 쿠웨이트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하디 존으로 밝혀진 영국인 모하메드 엠와지의 아버지 자셈 엠와지를 소환조사한 결과 엠와지의 어머니가 바로 아들의 목소리를 알아챈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엠와지의 어머니가 미국인 인질을 참수하기 전 발언하는 목소리를 듣고 ‘내 아들이다’고 비명을 질렀다”며 “부부가 함께 영상을 돌려보면서 아버지도 아들임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사망 소식을 기다릴 정도로 화가 난 상태”라고 전했다.

엠와지는 2013년 시리아에서 구호활동을 하겠다며 터키로 떠난 이후 가족과 연락을 끊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1988년 영국으로 이주한 그의 부모는 2003년 고향 쿠웨이트로 돌아와 현재 쿠웨이트시티 교외에 살고 있다. 영국 미러는 2일 “쿠웨이트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그의 아버지를 만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지하드 존’의 아버지란 사실에 수치심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그의 신원이 밝혀진 이후 주변인의 증언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어린 시절 엠와지는 다소 반항기가 있었으며, 다른 학생들의 놀림감이 됐다. 그의 동창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키가 크고 마른 엠와지는 놀리기 쉬운 유형이라 늘 다른 학생들의 먹잇감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동창은 “그는 늘 아버지를 두려워했다. 친구와 싸워 정학처분을 받는 등 반항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2년 전 그를 시리아에서 만났다고 주장하는 전 IS 대원은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엠와지는 과묵하고 냉정한 성격이다. 다른 영국인과 달리 엠와지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기도하고 잘 웃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영국 국내보안정보국(MI5)은 ‘지하디 존’처럼 IS와 연계된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전담하는 기구를 발족했다. 텔레그래프는 “전담부서 발족은 ‘지하디 존’처럼 IS와 연계된 ‘외로운 늑대’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라고 전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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