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다 결혼한 상태서 밀회, 딸까지 낳았지만…‘게릴라 공주’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일 1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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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 카스트로(89)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유부녀 연인 겸 혁명 동지였던 나탈리아 레부엘타가 지난달 28일 폐질환으로 숨졌다. 항년 90세. 물심양면으로 카스트로의 혁명을 도운 그는 ‘게릴라 공주’ ‘쿠바의 연인’으로도 불렸다. 카스트로와의 사이에 딸 알리나 페르난데스(59)가 있다.

1925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태어난 레부엘타는 22세 때 자신보다 20살 많은 심장 전문의와 결혼했다. 하지만 남편은 병원 일로 늘 집을 비웠고 그는 골프와 요트클럽, 파티 등을 전전하며 무료함을 달랬다. 이런 그를 사로잡은 사람이 젊은 혁명가 카스트로. 1952년 지인 소개로 그를 만난 레부엘타는 불같은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 모두 결혼한 상태였지만 둘은 이를 개의치 않고 밀회를 즐겼다.

1953년 몬카다 군 기지 습격에 실패한 카스트로가 투옥됐다. 레부엘타는 그를 위로하기 위해 사랑의 밀어(密語)가 담긴 편지, 책, 두 사람이 거닐었던 해변의 모래 등을 소포로 보냈다. 카스트로도 ‘당신을 생각하니 내 몸이 불타오르는구려. 계속 편지를 보내줘요. 난 당신의 편지 없이 살 수 없소’라는 낯 뜨거운 답장을 보냈다.

1955년 출소 직후 부인과 이혼한 카스트로는 계속 레부엘타와 만났다. 레부엘타는 임신 사실을 카스트로에게 숨겼다. 카스트로가 혁명 준비를 위해 멕시코로 망명한데다 자신의 남편도 이혼을 거부했기 때문. 레부엘타는 1956년 3월 몰래 딸 알리나를 낳았다.

1959년 카스트로가 정권을 잡았지만 이미 그의 사랑은 식은 뒤였다. 딸 알리나도 12세가 될 때까지 카스트로로부터 딸로 인정받지 못했다. 남편과도 이혼한 레부엘타는 재혼하지 않은 채 죽을 때까지 쓸쓸히 살았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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