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대신 폭력… 美-日 ‘일그러진 SNS 키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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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페이스북 말다툼이 살인극으로… 상대 남자친구 총맞고 1명 숨져
SNS로 모여 극장-편의점 털기도… 日선 “답글 늦다” 이유로 폭행

지난달 27일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 버밍햄의 한 공원에서는 페이스북에서 말다툼을 벌이던 10대 소녀 3명이 직접 만나 난투극을 벌여 14세 소녀 1명이 숨졌다. 이른바 ‘현피(온라인에서 알게 된 누리꾼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 싸우는 일)’가 빚은 참사다. 현피는 ‘현실 PK’의 줄임말이며 PK는 온라인 게임에서 다른 캐릭터를 죽이는 행위를 뜻하는 용어 ‘플레이어 킬(Player Kill)’에서 유래했다.

이 소녀 3명은 3주간 페이스북에서 이어진 심한 말다툼 끝에 직접 만나 싸우기로 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싸움 과정을 녹화해 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자고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싸움이 격화되자 현장에 있던 소녀들과 친한 19세와 17세 소년 두 명이 소녀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그 결과 키에라오나 라이스라는 14세 소녀가 숨졌고, 나머지 소녀 2명도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이들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이들의 신상과 다툼의 원인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총을 쏜 소년 가운데 한 명이 라이스와 싸우던 소녀 가운데 한 명의 남자친구라는 점만 밝혀져 10대들의 애정 문제가 살인의 원인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무서운’ 10대들 때문에 미국과 일본 사회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1월 중순에는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 가와사키(川崎) 시의 한 주택가에서 18세 고교생 A 군이 중학교 1학년 우에무라 료타(上村遼太) 군의 무릎을 꿇리고 약 10분간 때렸다. 우에무라 군이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서 항상 늦게 답을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우에무라 군은 지난달 20일 가와사키 시 하천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목에는 흉기에 찔린 듯한 깊은 상처가, 몸 곳곳에는 오랫동안 구타당한 흔적이 있었다.

일본 경찰은 지난달 27일 A 군을 포함한 10대 소년 3명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이들은 우에무라 군을 때리기 전부터 SNS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지난달 13일에는 미 플로리다 주 오코이에서 중고생 900여 명이 SNS를 통해 사전 모의를 한 뒤 인근 극장과 편의점을 점거한 채 총을 쏘고 물건을 훔쳤다. 불특정 다수가 SNS를 이용해 정해진 시간 및 장소에 모여 특정 행동을 한 뒤 곧바로 흩어지는 이른바 ‘플래시 몹’을 강도에 이용한 사례다. 이 사태로 미국에서는 ‘플래시 롭(플래시 몹과 강도를 뜻하는 영어 robbery의 합성어)’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10대 청소년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보유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작동할 수 있는 페이스북, 라인, 트위터 등 각종 소셜미디어가 10대들의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일본 고교생의 83%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

SNS가 청소년 사이에 급속하게 보급되고 있지만 경찰서에는 아직도 이 분야에 익숙하지 않은 경찰관이 많아 범죄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요 외신이 전했다. 노다 마사토(野田正人) 리쓰메이칸(立命館)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보기술(IT) 발달로 자녀들의 실제 교우 관계 파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아이들이 SNS에서 서로 어울리며 어른들 몰래 범죄를 저지르고 있지만 이를 막을 길이 없다”고 우려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SNS 키즈#페이스북#살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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