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16년 수감’ 쿠바 스파이, 아내는 어떻게 임신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4일 03시 00분


2013년 국교협상때 “아이 갖고 싶다” 쿠바에 정자 보내 인공수정
귀환 환영식에 만삭부인 등장

미국과 쿠바의 전격적인 국교 정상화 협상 개시가 발표된 17일. 쿠바 관영 TV에는 미국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쿠바인 스파이 3명이 귀환하는 장면이 생중계됐다.

그중 한 명인 헤라르도 에르난데스 씨는 마중 나온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쿠바 공산당 간부 및 행정부 간부들의 극진한 영접을 받으며 입이 귀에 걸린 듯했다. 그의 아내 아드리아나 페레스 씨가 감격해하는 장면이 나오자 사람들의 눈길은 만삭인 아내의 모습에 집중됐다.

‘남편은 1998년 체포돼 계속 미국 감옥에 있었는데 아내는 누구의 아이를 가진 것일까.’

쿠바에서는 이를 두고 수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급기야 언론은 에르난데스 씨 부부에게 공개 질문하는 상황으로까지 번졌다. 이에 대해 에르난데스 씨는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원격조종’으로 감옥에서 아이를 가지게 했다”며 “이 아이야말로 미-쿠바 비밀협상의 진정한 결과”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와 법무부 당국자들도 비밀리에 진행됐던 협상의 한 대목을 털어놓았다고 CNN은 22일 보도했다.

아내 페레스 씨는 지난해 2월 쿠바 수노 아바나를 방문한 패트릭 리히 상원의원(민주·버몬트) 부부에게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도움을 청했다. 이들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도와주기로 약속했고 지난해 3월 물꼬가 트인 양국 간 대화 과정에서 결실이 이뤄진 것.

미국 측은 5년 동안 쿠바에 수감돼 있던 미 국제개발처(USAID) 하청업자 앨런 그로스 씨의 옥중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대신 에르난데스 씨 부부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양국 국교정상화 협상의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혹시 언론에 포착될지 모르는 부부 상봉을 주선할 수는 없었고 궁여지책으로 양국 정부는 감옥에 있는 에르난데스 씨의 정자를 받아 아바나로 공수한 뒤 인공수정하는 방법에 합의했다. 부부는 2주일 뒤 세상에 나올 딸의 이름을 헤마로 지었다고 CNN은 밝혔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쿠바 국교 정상화#쿠바인 스파이 귀환#쿠바 스파이 아내 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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