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 핵심戰犯 2명에 종신형… 35년만의 단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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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크메르루주 1차 전범재판… “키우 삼판-누온 체아 반인륜 범죄”
200만명 학살 재판은 연말께 열려

20세기 최악의 대량학살 참극 중 하나인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핵심 전범 2명에게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이 선고됐다.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는 7일 과거 크메르루주 정권의 핵심 지도부였던 키우 삼판 전 국가주석(83)과 누온 체아 당시 공산당 부서기장(88)에게 각각 종신형을 선고했다. 재판소는 반인륜 범죄로 기소된 이들이 폴 포트가 이끄는 크메르루주 정권의 2인자와 명목상 지도자로 있으면서 숙청과 학살, 강제이주 등을 자행해 전체 인구의 25%에 해당하는 200만 명을 학살한 데 책임이 있다면서 유죄를 인정했다. 이들은 크메르루주 정권이 베트남군의 공세로 붕괴된 지 35년 만에 법의 단죄를 받게 됐다. 폴 포트는 1998년 병사하는 바람에 법정에 세우지 못했다.

이날 판결은 강제이주 등 반인륜 범죄 혐의에 대한 것이며 집단학살 혐의에 대한 2차 재판은 연말에 열릴 예정이다.

2011년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크메르루주 지도부 가운데 이엥 사리 전 외교장관은 지난해 초 지병으로 사망했고 치매를 앓는 이엥 티리트 당시 사회부 장관은 재판에서 배제됐다. 앞서 2010년에는 1만7000여 명이 학살된 비밀감옥 투올 슬렝의 카잉 구에크 에아브 전 교도소장이 35년 형을 선고받았다.

전범재판소가 핵심 전범 2명에 대한 역사적인 1차 재판을 마무리했지만 아쉬움은 여전히 크다. 정의가 살아있음을 전 세계에 확인시켰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의미가 크게 줄었다. 크메르루주 정권이 붕괴된 지 이미 35년의 세월이 흘러 80대 고령인 핵심 전범들이 종신형을 살더라도 실제 복역할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범재판소는 2006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지만 아직 3명에게만 죄를 물었다. 이를 위해 무려 8년간의 시간과 2억 달러(약 2075억 원)가 넘는 비용이 들었다.

크메르루주 정권에서 활동했던 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 자신과 측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기소된 3명 외 추가 기소를 막았으며 재판을 교묘하게 지연시켰다. 이에 따라 캄보디아 정부의 부당한 간섭과 개입으로 국제사회의 정의 실현이라는 애초의 취지가 크게 퇴색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킬링필드 ::

1975∼79년 캄보디아에서 급진 공산주의 정권 크메르루주가 노동자와 농민의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 명분 아래 인구의 25%에 해당하는 200만 명의 지식인과 부유층을 학살한 사건.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캄보디아#킬링필드#종신형#전범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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