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EU 정당 하이킥에… 쏟아지는 반성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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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활동 현실과 동떨어져” EU개혁-역할축소 자성론 등장
선거패배 책임 당수등 잇단 사퇴
英선 ‘EU탈퇴 국민투표론’ 고개… 그리스 조기총선 목소리 높아져

유럽 통합에 반대해온 극우·극좌 정당들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뒤 유럽연합(EU) 체제 재검토의 목소리가 커지고 유럽 경제개혁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나오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이 25%라는 기록적인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프랑스에서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유럽연합 개혁과 역할 축소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EU의 수행과제가 너무 복잡하고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의 정책에 좀더 인간미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 유권자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로화 대신 마르크화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선전에 대해 “괄목할 만하지만 개탄스럽다”며 협력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영국에서도 극우 성향의 영국독립당(UKIP)이 보수·노동 양당 체제의 벽을 허물고 1위에 오른 이변을 두고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조기 실시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 원로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상원의원은 보수당의 EU 정책은 선명성과 신뢰성이 부족하다며 2016년 안에 EU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국익을 위해 개혁된 EU 안에 남는 것이 필요하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아일랜드에서는 에이먼 길모어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지방선거와 유럽의회 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노동당 당수직을 사임했다. 스페인 제1야당인 사회당의 알프레도 페레스 루발카바 당수도 사퇴했다. 프랑스 제1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장프랑수아 코페 대표도 유럽의회 선거 직후 지난 대선의 자금 비리가 폭로되자 사임 의사를 밝혔다.

각국 극단주의 소수정당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그리스 1위를 차지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는 26일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을 만나 조기총선 실시를 촉구했다. 그는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에게 급진좌파연합의 승인 없이 긴축정책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유럽의회 진출에 성공한 불가리아의 ‘검열 없는 불가리아’당의 니콜라이 바레코프 대표도 10월에 총선거를 치르자고 주장했다. 헝가리에서 2위에 오른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요비크당의 보너 가보르 당수는 “10월 총선거를 치르자”고 주장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선거 결과 긴축정책에 대한 반발과 피로감이 확인됨으로써 경제개혁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각국의 사회민주주의 성향 지도자들이 또다시 투자를 통한 경기회복 정책으로 돌아가는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쟁력 회복이 절실한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의 경제개혁 역시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의회 선거#유럽연합#유럽 경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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