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중국해 국제중재 요청에… 中 “소국 현실 망각하면 안된다”
영토분쟁 손잡은 美-日견제 의도
중국이 남중국해 도서(島嶼)에 대한 영유권 문제를 국제법으로 해결하려는 필리핀의 시도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양국 간 영토 갈등 문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과 일본까지 얽힌 동아시아 헤게모니 다툼이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31일 브리핑에서 “필리핀이 단독으로 국제 중재를 진행하는 것은 중국 영토를 불법 점거하고 남중국해에서 도발한 분규의 본질을 덮으려는 것으로 국제적인 법률 수단을 남용하는 정치적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필리핀이 (문제가 된) 런아이자오(仁愛礁·아융인 섬)를 침략하는 행위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도발 행위의 후과(後果·결과)를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대국(중국)의 어짊에도 한계가 있다. 소국(필리핀)은 현실을 망각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또 유럽을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달 28일 독일에서 주변국 외교정책을 설명하며 “중국은 먼저 일을 저지르진 않겠지만 일(도발)을 벌이는 것을 무서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상기시키며 필리핀을 압박했다.
필리핀은 지난달 30일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 군도) 등 남중국해 일대 분쟁 도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4000쪽 분량의 의견서를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제출했다. 아융인 섬 등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스프래틀리 제도 내 도서에 대한 문제를 국제무대로 끌고 갈 계획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을 포함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유독 필리핀에 대해서만 공격의 날을 세우는 이유는 필리핀이 미국과 일본의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미국은 동맹국인 필리핀과 남중국해에서 핵잠수함까지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는 등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명분 중 하나로 중국-필리핀 간 영토 분쟁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필리핀의 의견서 제출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필리핀도 과거 미 해군기지였던 수비크 만을 미국에 다시 개방해 중국에 신속 대응할 거점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도 수비크 만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필리핀과 군사훈련을 벌이며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지난해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동남아 순방 등을 포함해 지금까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과 20차례 이상 정상회담을 열어 관계 개선을 시도하면서도 필리핀은 빼놓았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31일 “중국 국방비는 필리핀의 47배”라며 “미국의 동맹국인 필리핀은 잠재적인 충돌 상황에서 미국의 지원에 의지하려 하고 있다”고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런민일보는 “미국이 무책임하게 필리핀에 강심제(强心劑)를 놓아줄 순 있겠지만 중국의 영토를 한 뼘도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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