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서 낭독한 업무보고에는 중국 정부의 연간 국가운용 방안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언론과 학계는 업무보고의 토씨 하나까지 분석한다.
6일 친중 매체인 홍콩 다궁(大公)보는 1만6985자에 이르는 업무보고에서 올해 정부의 국정기조를 관통하는 키워드 8개를 뽑아 소개했다. 상당수 표현이 과거보다 격해졌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통치기반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문은 ‘군사투쟁’을 첫 키워드로 뽑았다. 리 총리는 “각 방면, 각 분야의 군사투쟁 준비를 통일적으로 계획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군 육성을 다짐하는 표현이다. 이는 “역사를 뒤로 돌려선 안 된다”는 키워드와 맥락을 같이한다. 신문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는 물론이고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부인과 난징(南京)학살 관련 궤변에 대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업무보고에는 ‘∼에 대한 전쟁 선포’라는 표현이 두 번 들어갔다. 리 총리는 “우리는 빈곤과의 전쟁 선포를 지속적으로 전개해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환경)오염과의 전쟁을 결연히 선포한다”고 밝혔다. ‘오염과의 전쟁 선포’는 리 총리가 직접 써 넣었다고 한다.
개혁과 관련해선 ‘배수(背水)의 일전(一戰)’과 ‘자기혁명’이 눈에 띈다. 리 총리는 “(살모사에 물린) 손목을 잘라내는 장수(壯士斷脘·장사단완)의 결의와 배수의 일전에 나서는 기개로 사상관념의 속박을 타파하고 이익구도 고착화의 장벽을 허물어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혁에 맞서는 기득권 세력을 깨뜨리라는 주문이다. 경제 부문에서는 ‘(경제 운용의) 합리적인 구간과 굳건한 신념’ ‘진정환’(定心丸)이라는 표현을 통해 단기 부양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적절한 수준에서 시장의 활력을 유지하면서 성장방식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리 총리가 전쟁과 자기혁명을 운운하며 국정운영의 결의를 보여줬지만 투명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발표된 예산안에 공공안전예산(공안예산) 규모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공안예산 2050억 위안(약 35조7000억 원)만 드러났을 뿐 매년 공개되던 지방정부 공안예산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안예산은 국내 치안유지비다. 2011년 6244억 위안(108조7600억 원, 전년 대비 13.8% 증가), 2012년 7018억 위안(12.3% 증가), 2013년 7690억 위안(8.7% 증가) 등 3년 연속 국방예산보다 많았다. 이 같은 증가세는 중국이 소수민족과 인권·민주인사를 탄압하는 데 예산을 쏟아 붓는다는 비판의 근거가 됐다.
홍콩 언론들은 최근 중국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인 국가안전위원회가 출범한 데다 쿤밍(昆明) 테러가 발생해 공안예산이 크게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의 비난을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공안예산 총액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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