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로부터 대통령직을 사퇴하라는 최후통첩을 받았던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62)이 3일 사퇴를 거부하는 대신 주요 정당들이 추천하는 총리가 이끄는 임시 연합정부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군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군사 쿠데타를 진행하고 있다고 무르시 대통령 고문을 인용해 CNN이 보도했다. 또 사실상 그는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군부가 자신에게 제시한 최후통첩 시간인 3일 오후 4시 30분(한국 시간 3일 오후 11시 30분) 즈음 발표한 성명에서 “차기 총선을 감독할 연합정부를 구성하자”며 대통령직에 머물겠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또 “나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이집트의 유일한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틀 전인 1일 “48시간 안에 정국 혼란을 해결하라”며 무르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던 군부는 3일 “조국을 지키기 위해 피를 바치겠다”며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고 쿠데타를 행동에 옮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메시지는 군부 수장인 압델 파타 알시시 국방장관이 밝힌 것이라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알시시 장관은 또 야권 지도자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무슬림 고위 성직자 및 콥트파 기독교 교황 등 종교지도자들과 회동하며 이집트의 정치적 로드맵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회동은 군부가 무르시 대통령에게 내건 이날 오후 4시 30분(한국시간 3일 오후 11시 30분)을 몇 시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무르시 대통령은 2일 “모든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헌법을 지키는 데 목숨을 걸겠다”며 군부에 최후통첩을 철회하라고 말했다. 무슬림형제단 등 보수 이슬람 세력들은 “죽음으로써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군부는 무르시 대통령과 야권 간 정치적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헌법 효력 정지와 의회 해산, 과도위원회 구성 및 조기 대선 등을 골자로 한 정치 로드맵 실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집트 군부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최대 혼란에 빠진 이집트 정국의 핵심 세력으로 떠오른 것. 이슬람 색채가 강화된 헌법은 지난해 12월 국민투표로 승인됐다. 과도위원회는 국방장관과 관료, 각 정당, 시민 청년단체, 이슬람과 기독교 종교기관 대표 등이 참여한다. 이 위원회는 새 헌법이 제정되고 대선을 치를 때까지 과도정부를 이끌게 된다.
이와 관련해 무르시 대통령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국민투표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간지 알아흐람이 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무르시 대통령이 조만간 결단할 예정”이라며 “자신에 대한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나 조기 대선을 제안할 수 있다”고 전했다. 보수 세력이 모인 제2당인 누르당도 국민투표안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르시 대통령은 2012년 6월 취임했으며 임기는 4년이다.
영국 가디언은 군부가 무르시 대통령과 무슬림형제단의 고위 간부들을 가택연금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군부에게 그럴 권한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는 무르시 지지세력을 자극해 이번 사태가 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야권은 향후 무르시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엘바라데이를 대표로 내세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엘바라데이는 2011년 ‘이집트의 봄’ 당시 야권을 대표한 주요 인물 중 한 명이다.
2일 밤 카이로 대학에서는 경찰과 무르시 지지자 간의 충돌로 23명이 숨져 사망자가 지금까지 최소 39명에 이른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