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구제금융안 부결 “합의될 때까지 全은행 폐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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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발행-러 차관 도입 등 정부-의회 ‘플랜B’ 골머리

키프로스 의회가 19일 100억 유로(약 14조3900억 원)의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예금액에 직접 세금을 물리기로 한 구제금융 협상안의 비준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키프로스 정부는 유로존 17개국 재무장관 회의체인 유로그룹과 구제금융 협상을 다시 하거나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별도의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키프로스 의회는 이날 오후 임시회의를 열고 소액 예금자 보호를 위해 원안과 달리 2만 유로 미만의 계좌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기로 한 정부의 구제금융 협상 수정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반대 36표, 기권 19표로 부결됐다. 예금자 보호 원칙을 깬 예금 과세에 대한 국내외의 반발이 컸기 때문인지 찬성은 단 1표도 나오지 않았다. 키프로스 정부는 의회가 구제금융안 비준을 거부함에 따라 20일 은행 구조조정을 비롯해 국채 추가 발행, 러시아 차관 추가 도입 등 ‘플랜B’로 불리는 비상 대책을 여야 정당과 논의하고 있다.

키프로스 의사당 앞에 모인 시위자 수백 명은 협상안 부결 소식에 환호하며 국가를 제창했다.

의회의 비준안 부결로 예금 대량 인출 사태인 뱅크런이 우려되자 니콜라스 파파도풀로스 의회 재정위원장은 부결 직후 “며칠 내 새로운 합의에 이를 때까지 은행은 휴점할 것”이라고 밝혔다. 키프로스 은행은 18일 국경일 휴무 이후 21일까지 뱅크런 방지를 위해 영업이 중지된 상태다.

반면 키프로스 구제금융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 온 독일은 비준 거부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구제금융 지원을 위해서는 키프로스가 금융시장에 복귀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방안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키프로스의 부채가 너무 많다”며 “결국 책임은 키프로스에 있다”고 말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도 “키프로스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느끼지만 공은 여전히 그들의 손에 있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키프로스 정부가 유로그룹과 재협상하면서 예금 과세로 충당하려던 58억 유로의 재원을 국채 발행이나 은행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등으로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키프로스는 자국 은행권에 약 200억 유로로 추정되는 러시아 자금이 예치된 가운데 러시아로부터 신규 차관 등의 지원을 얻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디스 대통령은 비준안 부결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를 해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고 키프로스 대통령실이 밝혔다. 러시아가 미개발 상태인 키프로스의 연안 가스전 지분 등을 대가로 추가 지원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키프로스#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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