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이탈리아, 교황님 덕에 웃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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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 보려 신도-관광객 몰려… 로마 호텔 대부분 만원
‘흰 연기’ 볼 수 있는 명당은… 웃돈 줘도 못구해
남미 출신 교황 선출땐… 취임미사 인파 30만 기대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의 로마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사임과 새 교황 선출이라는 큰 행사를 맞아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AFP 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세계 각국의 가톨릭 신자와 관광객들이 로마로 몰려들고 있는 것.

로마 시 당국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성베드로 광장에서 마지막으로 집전한 알현식에는 약 15만 명의 신자들이 참석했다.

성베드로 광장 인근의 메트로폴리스 호텔을 운영하는 안토니오 갈라티 씨는 “경기 침체로 로마 시내 호텔들이 울상이었지만 교황 선출 특수로 로마를 찾는 가톨릭 신자들이 넘쳐나 현재는 오는 손님을 돌려보낼 정도”라고 말했다. 성베드로 성당과 가까운 호텔은 하룻밤 숙박비가 1000유로(약 142만 원)를 웃도는데도 빈방이 없다. 교황 선출 추기경단 비밀회의인 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에서 나오는 선출 결과를 알리는 연기를 볼 수 있는 호텔방은 웃돈을 줘도 구하기 어렵다.

시내의 노점상과 상점도 넘쳐나는 손님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성베드로 광장으로 연결되는 비아 델라 콘칠리아치오네(화해의 길)의 기념품 가게는 지난달 11일 교황 사임 발표 이후부터 매상이 부쩍 올랐다. 이 길에서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안드레아 마로타 씨는 “교황 사임 이후 매출이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이탈리아인 중 일부는 후임 교황으로 남아메리카 출신 추기경이 선출되길 내심 바라고 있다고 AFP는 보도했다. 세계 가톨릭 신자의 40%가 몰려 있는 남미에서 교황이 탄생하면 첫 남미 출신 교황을 보기 위해 남미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로마 시 당국은 “남미 출신 교황이 선출되면 취임 미사에 참여할 사람만 20만∼30만 명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 당국은 만일 취임 미사가 17일 열리면 같은 날 예정됐던 로마 마라톤 코스를 변경하고 출발 시간도 오후로 늦추기로 했다. 마라톤 대회에는 10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 선출 특수는 온라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로마의 한 정보기술업체가 개발한 ‘콘클라베 경보’란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은 8일 출시 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앱은 새 교황 후보로 손꼽히는 추기경과 콘클라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앱을 개발한 안드레아 도티 씨는 “한국이나 북미 등에서도 인기”라고 말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이탈리아#흰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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