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은 티베트인 최후 항거 수단… 中, 양자대화로 해결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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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망명정부 로브상 상계 총리 전화 인터뷰

《 독립과 자치를 향한 티베트인의 분신(焚身)사태가 ‘100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09년 2월 시작된 분신 항거는 최근 들어 되레 급증하는 추세를 보인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분신 100명 돌파’를 앞두고 지난달 30일부터 나흘간 인도 뉴델리에서 망명 티베트인 1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도회를 갖고 분신사태 등을 논의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점차 긴박해지고 있는 ‘티베트 분신사태’를 맞아 지난달 31일 뉴델리 행사에 참가한 티베트 망명정부의 로브상 상계 총리를 긴급 전화 인터뷰하고 티베트 사태를 심층 분석했다. 》

“티베트인들이 최후의 항거 수단으로 분신자살을 선택한다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

티베트 망명정부 로브상 상계 총리(45)는 지난달 31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처럼 밝혔다. 상계 총리는 “억압은 해결책이 아니다. 대화만이 티베트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중국 정부의 성의 있는 태도를 촉구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억압과 강경책이 티베트인들의 분신을 불러왔다”며 “분신이 늘고 있는 것은 중국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귀환과 티베트인들의 자유를 위해 항거하는 시위자들의 뜻을 지지하지만 분신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말리고 있다고 밝혔다.

분신이 사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상계 총리는 “문제 해결에 분신이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보다는 무엇이 분신을 결심하게 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지니고 있거나 천부인권을 언급하고, 거리에서 인권을 외치면 잡혀가며 한번 체포되면 오랜 기간 수감되기 때문에 분신 외엔 별다른 시위 방법이 없었던 것”이라며 “중국 정부 손에 넘어가 치욕스럽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절망감에 싸여 있다”라고 말했다.

2008년 티베트 라싸(拉薩)에서 대규모 유혈 사태가 벌어진 뒤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통제는 더욱 삼엄해지고 있다. 망명 정부는 분신을 시도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분신을 사주했다며 관련자들까지 잡아들인 뒤 재판에 회부할 정도로 강경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상계 총리는 “중국 정부가 과거보다 자유롭고 이성적으로 티베트 사태에 대처하고 있다고 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가 제안한 양자 대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체제가 출범하면서 티베트 사태 해결에 대한 중국 측의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렸다. 일각에서는 시 총서기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이 생전에 티베트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경 정책을 반대했던 점을 들어 시 총서기의 티베트 정책이 과거보다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시 총서기 시대 중국의 티베트 정책에 대해 상계 총리는 즉각적인 대답은 피하면서도 “시 총서기가 국가주석 직을 승계하는 3월이 되면 티베트를 비롯한 대(對)아시아 정책을 내놓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중국 정부의 강경 일변도 정책에 변화를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독립이 돼도 티베트가 자립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중국이 당장 손을 떼면 티베트가 경제적인 곤란을 겪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상계 총리는 “그게 바로 망명정부가 ‘독립’이 아닌 ‘고도의 자치’를 되찾겠다고 주장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가 2008년 5월 독일을 방문했을 때 “우리는 독립을 추구하지 않고 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적 유산과 풍부한 불교 전통을 보전하기 위한 자치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다만 상계 총리는 티베트의 석탄 광물 수자원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개발한다면 자립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몽골이나 부탄 등 중국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자원을 개발해 경제 자립을 이룬 좋은 모델 국가가 많다. 우리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상계 총리는 인터뷰 내내 ‘양자 대화’를 강조했다. 정확한 시기를 예측할 순 없지만 중국이 의지를 보인다면 언제 어디에서든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때때로 중국이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그 문이 대체 어디 있는지 알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언젠가는 대화의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계 총리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국제 사회가 지금처럼 계속해서 티베트 이슈에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상원, 유럽 의회, 유엔 인권위원회 등이 티베트 사태에 대한 결의를 채택하는 등 우리를 지지해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구체적인 행동이다. 중국과 평화적인 양자 대화를 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어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로브상 상계 총리 약력

△ 1968년 8월 8일 인도 다르질링 출생 △ 티베트 난민고등학교 졸업 △ 인도 델리대 법학 전공 △ 1995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 △ 2004년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티베트인 최초) △ 2006년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젊은 아시아 지도자 24명’으로 선정 △ 2011년 8월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로 선출

신나리 채널A 기자 journari@donga.com
#티베트#독립#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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