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독살 혐의로 사형유예 판결을 받은 보시라이(薄熙來·63) 전 중국 충칭(重慶) 시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54·사진) 씨가 자신 역시 언제 독살될지 모른다는 편집증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 전 서기의 첫 번째 부인 리단위(李丹宇·62) 씨는 6일 발간된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리 씨에 따르면 보 전 서기는 올해 초 자신의 심복인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 시 공안국장 사태가 터지기 몇 달 전 리 씨의 오빠인 리샤오쉐(李小雪) 증권감독위원회 기율검사위 서기를 사무실로 불렀다. 보 전 서기는 책상 위에 쌓인 수사서류를 가리키며 그가 첫 부인과의 사이에 낳은 아들 리왕즈(李望知·34·보 씨에서 개명) 씨가 구 씨를 독살하려 한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리 서기가 이를 강력히 부인하자 보 전 서기는 비로소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 리단위 씨는 “수사 서류는 구 씨의 요구로 왕리쥔이 만들었을 것”이라며 “비록 구 씨에 대해 오랜 원한을 갖고 있지만 내 아들이 구 씨를 죽일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 전 서기는 문화혁명 막바지인 1975년 혁명원로인 리쉐펑(李雪峰) 전 베이징(北京) 서기의 딸인 리 씨를 만나 이듬해 결혼했다. 하지만 몇 년 뒤 역시 혁명원로인 구징성(谷景生) 장군의 막내딸이자 베이징(北京)대 법학도였던 구 씨를 사귀게 되자 4년간의 법정소송 끝에 리 씨와 이혼하고 1984년 재혼했다. 구 씨의 언니는 리 씨의 오빠 리샤오쉐 서기의 부인이기도 하다. 보 전 서기는 처남댁의 동생과 불륜에 빠져 조강지처를 버린 것.
구 씨가 ‘독살 편집증’에 걸린 건 이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집안 내력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구 씨와 그의 친척들은 구 씨가 실제로 몇 년 전 다량의 중금속에 중독된 적이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이후 구 씨는 편집증에 사로잡혔으며 영국인 닐 헤이우드를 독살한 것도 아들이 살해될 수 있다는 피해의식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인들은 그가 8월 재판 때 손을 떤 것도 중금속 중독의 후유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구 씨 독살 음모가 사실인지, 구 씨가 스스로 지어낸 과대망상의 결과물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NYT는 진시황부터 마오쩌둥(毛澤東)에 이르기까지 중국 지도부는 ‘암살 편집증’에 짓눌려 있었으며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리 씨는 인터뷰에서 “내 과거를 말하기 위해 마지막 용기를 끌어냈다”며 “이제 우리 모자는 전남편에 대한 당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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