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리쥔 징역15년형 확정… 보시라이 연금형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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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차기 상무위원 유력 후보이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서기의 몰락을 불러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 시 공안국장이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로써 올해 중국을 들썩이게 한 이번 사건은 ‘몸통’인 보 전 서기 처리만 남았다.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 시 중급인민법원은 24일 반역도주 직권남용 뇌물수수 순사왕죄(徇私枉罪·한국의 직무유기와 비슷한 죄로 공무원이 개인적 정 또는 관계에 이끌려 마땅히 해야 할 직무를 하지 않은 것) 등 네 가지 혐의로 기소된 왕 전 국장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그는 선고 직후 상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고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보도했다.

왕 전 국장은 영국인 닐 헤이우드 씨 독살 사건 발생 직후 보 전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 씨를 도와 사건을 은폐했고 이후 상관인 보 전 서기와 갈등이 빚어지자 청두의 미국총영사관으로 망명을 기도했다. 또 왕 전 국장은 불법 감청(도청)을 일삼았고 다롄스더(大連實德)그룹의 쉬밍(徐明) 회장에게서 약 285만 위안(약 5억 원) 상당의 아파트 2채를 받는 등 305만 위안어치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됐다.

다만 왕 전 국장은 보 전 서기 일가의 비리를 상부에 보고한 점이 고려돼 최고 사형이 가능한 반역도주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관대한 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왕 전 국장이 ‘타인의 중대한 범죄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공을 세웠고 주요한 범죄 사실을 사실대로 진술하는 등 감경 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관심은 보 전 서기가 어떻게 처리될지에 쏠리고 있다. 최근 왕 전 국장 재판 과정에서 보 전 서기가 부인 구 씨의 살인 행위를 보고받고도 은폐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따라서 보 전 서기도 처벌받을 소지가 커졌다.

다만 그가 핵심 지도부인 정치국원 자격을 아직 박탈당하지는 않았고 주요 권력파벌 중 하나인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의 자제)에 속해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치적 권리만 박탈된 채 연금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이 최근 왕 전 국장 재판을 상세히 전하면서 보 전 서기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 않고 ‘충칭 시 공산당위원회 주요 책임자’라고 모호하게 표현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중국#왕리쥔#보시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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