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3조원 천연가스 때문에… 남-북 키프로스 ‘으르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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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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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연안 매장지 개발 놓고 北키프로스 제외하자 반발

셰익스피어 비극 ‘오셀로’의 무대로 유명한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가 천연가스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40년 가까이 남북으로 갈려 대치해온 이 나라에 터키와 그리스 미국 이스라엘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군사 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0일 “경제위기가 휩쓸고 간 남유럽에 키프로스 사태라는 새로운 격동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키프로스를 지지하는 터키가 “남키프로스가 단독으로 천연가스 개발을 계속할 경우 동맹국을 위해 해군 파견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터키와 북키프로스가 발끈하고 나선 것은 섬 남부 연안에 122조 ft³(약 3조4550억 m³)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미 지질조사국의 발표가 한몫을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는 전 세계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양에 육박한다. 아직 개발 단계로 2020년경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 시세로 연간 최대 31억 달러(약 3조5150억 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양이라는 것.

하지만 현 상황에서 북키프로스는 땡전 한 푼 손에 쥐기 힘들다. 남키프로스는 그리스와 미국, 이스라엘 업체들과 단독으로 개발 계약을 맺으며 북키프로스를 철저히 배제해 왔다. 국제사회에서 ‘키프로스공화국’으로 섬 내 유일 국가로 대접받는 남키프로스는 “수익을 나눌 이유가 없다”는 태도다. 자국 이익이 걸린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지도 남키프로스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

남북 키프로스 완충지대에 평화유지군을 배치한 유엔은 천연가스 개발이 통합의 초석이 되기는커녕 되레 분쟁거리가 되자 난처한 상황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키프로스#천연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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