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대립과 충돌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홍콩시위대 7명이 센카쿠 섬을 밟은 지 나흘 만에 일본 시위대 10명이 19일 정부 규정을 어기고 센카쿠 열도에 상륙하자 중국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외치며 전국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18일 저녁 배를 타고 오키나와(沖승) 현 이시가키(石垣) 섬을 출발한 약 150명의 일본 시위대는 19일 센카쿠 인근 해역에 도착했다. 그중 10명은 오전 8시경 센카쿠 4개 섬 중 하나인 우오쓰리(魚釣) 섬에 상륙해 약 2시간 동안 일장기를 흔들며 만세를 불렀다. 우오쓰리 섬에 상륙한 10명에 초당파 국회의원 8명은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애초 이들의 센카쿠 상륙을 불허했기 때문에 섬을 밟은 10명에 대해 경범죄(출입금지구역 위반 혐의)로 처벌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과 함께 센카쿠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과 대만, 홍콩은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19일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웹사이트에 “일본 우익분자들이 불법적 행위를 통해 중국 영토주권을 침해했다”고 비난했다.
중국인들은 이날 하루 동안에만 선전(深(수,천)) 광저우(廣州) 항저우(杭州) 선양(瀋陽) 청두(成都) 칭다오(靑島) 하얼빈(哈爾濱) 등 20개 가까운 도시에서 격렬한 반일 시위를 벌였다. 선전에서는 2000여 명의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면서 “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이 중국에 있다”고 주장하며 일본 상품 불매를 촉구했다. 일부 시위대는 일본 음식점의 유리창을 부쉈고 도로 위의 일본 차량을 뒤집기도 했다. 현지 경찰은 7∼8km까지 이어진 시위대 행렬을 경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저우에서도 시위대가 초밥집과 일본식 라면집 유리창을 깨뜨렸다. 광저우의 주중 일본 총영사관 건물 앞에는 중국인 시위대 500여 명이 모여 “중화민족은 단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일본 시위대의 섬 상륙에 항의했다. 베이징 일본대사관 앞을 비롯해 상하이와 선양, 청두, 칭다오 등 각지의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도 항의시위가 열렸다.
대만 외교부도 성명을 내고 “돌발 행동으로 댜오위다오의 주권이 중화민국(대만의 국호)에 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며 “동중국해 일대의 안정과 평화를 해치고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에서도 좌파계 노동조합원 500여 명이 일본 총영사관이 입주한 빌딩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센카쿠에 대한 중국 영유권을 주장했다.
중-일 간 ‘센카쿠 충돌’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센카쿠에 상륙했다가 체포돼 이틀 만인 17일 강제로 송환된 홍콩 시위대는 언론 인터뷰에서 “10월에 다시 센카쿠에 상륙하겠다”고 밝혔다. 대만의 민간 활동가들도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 홍콩의 단체들과 공조해 센카쿠 상륙을 시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정부는 센카쿠 인근 해상 경비를 강화하고 친중 성향의 니와 주중 일본대사를 10월에 교체할 예정이다. 지지통신은 “니와 대사가 10월에 교체되고 후임에는 중국 공사 등을 지낸 니시미야 신이치(西宮伸一) 외무심의관(경제담당)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민주당 정책조사회장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집권당은 분쟁 지역의 섬을 지키기 위해 경비대 인력과 경비선 수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원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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