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핵심 권력층도 등돌려… 아사드, 카다피 말로 따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총리 탈출작전 주도한 반군 “수일내 장성-관료들 더 망명”
美, 난민-화학무기 대책 포함 ‘포스트 아사드’ 계획 구체화

시리아 고위급 외교관들에 이어 현직 총리와 장관 등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핵심 최고위층까지 잇달아 망명하면서 시리아 정권이 붕괴를 향해 치닫고 있다. 아사드 정권의 참혹한 학살극이 계속되고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가속화되자 시리아 이너서클(핵심 권력집단)마저 정권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본격적으로 아사드 대통령 퇴진 이후를 대비한 ‘포스트 아사드’ 준비에 나섰다.

○ “시리아 상황의 새로운 질적 반전”

주요 외신은 6일 요르단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5일 밤 리아드 파리드 히잡 총리가 가족들과 함께 요르단으로 망명해 반군 측에 합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AFP통신은 “히잡 총리가 수일 내로 요르단을 떠나 카타르 수도 도하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히잡 총리는 지난해 3월 유혈사태 발생 이후 시리아 정권을 이탈한 첫 각료이자 최고위 관리로 꼽힌다. 그는 수니파 출신이면서 아사드 정권에 충성을 다한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시리아 국민의 4분의 3은 수니파이지만 시아파의 소수 분파인 알라위파가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며 43년간 수니파를 지배해왔다. 시리아 반정부단체 국가조정위원회(NCC)의 하산 압둘 알아짐 대표는 히잡 총리의 이탈을 “용감한 행보”라고 치켜세우며 “시리아 정권의 위기가 새로운 질적 반전을 맞았다. 그의 뒤를 따를 적잖은 애국 인사가 있다”고 말했다.

히잡 총리의 탈출 작전은 자유시리아군(FSA) 등 시리아 반군단체가 주도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반군의 활동 영역이 정권의 이너서클에까지 뻗치면서 정부의 통제력 상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 반정부단체인 시리아국가위원회(SNC) 측은 “반군 단체의 도움을 받아 수일 내에 장성과 관료들 몇 명이 더 요르단으로 망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리와 장관, 고위 장성들이 무더기로 탈출하면서 시리아 이너서클의 이탈이 본격화됐으며 이는 곧 아사드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지난해 리비아에서도 고위층 인사가 잇달아 망명해 반군을 지지하면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됐다.

특히 시리아 수뇌부의 이탈 조짐은 지난달 18일 반군의 폭탄 공격으로 시리아 국방장관과 차관, 안보보좌관이 한꺼번에 숨지면서 예견됐다. 이번에 망명한 총리와 장관들을 비롯해 올 들어 아사드 정권에 등을 돌린 고위층 인사는 15명이 넘는다.

시리아 내 교전 상황도 점점 격화되고 있다. 이날 오전 다마스쿠스 도심에 있는 국영TV 방송국이 폭탄 공격을 당하면서 방송사 직원 3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없었다.

○ 포스트 아사드 대비하는 미국

뉴욕타임스는 5일 미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국무부와 국방부가 아사드 퇴진 후 예상되는 혼란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을 본격 수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무부는 현재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의 제재로 피폐해진 시리아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리아에 식량과 의료품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히 아사드 정권 퇴진 이후 시리아 반군이 정부와 정부군을 상대로 보복에 나서지 않도록 반군과 치안 부재 상황을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유사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지역 동맹국과 함께 국경을 넘어오는 난민을 통제하고 시리아가 보유한 막대한 양의 화학무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긴급사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 사태에 대해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배제하지만 화학무기 보호는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1일 터키를 방문해 시리아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시리아#포스트 아사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