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서 ‘타협’은 더러운 단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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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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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 극심한 대립에도 소신 표결… 공화 라투레트 의원 불출마 선언

미국 워싱턴 정가의 이념 양극화에 염증을 느껴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계를 떠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스티븐 라투레트 하원의원(공화·오하이오·사진)은 지난달 31일 “의회는 원래 타협의 마술이 벌어지는 곳이지만 지금 의회에서는 ‘타협(negotiation)’ ‘초당적 협조(bipartisanship)’라는 단어가 더러운 단어가 됐다”며 11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극단적 이념주의에 빠진 당 지도부에 돈을 바쳐야 하는 정치현실이 싫다”며 “공화 민주 양당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대립구도에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마치 시멘트벽에 머리를 부딪는 것과 같다”는 날선 불출마의 변을 밝혔다.

경합주로 꼽히는 오하이오 주에서 2010년 65%의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던 9선 중진 라투레트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공화당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라투레트 의원의 불출마는 주요 사안마다 보수-진보 진영의 극한 대치가 벌어지는 미 의회에서 중도파가 얼마나 발붙이기 힘든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워싱턴포스트가 31일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올 들어 상원의원 10명, 하원의원 26명 등 36명의 의원이 자발적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중 정치권의 극한 대립을 이유로 들어 불출마를 선언한 중도 성향 의원은 20여 명에 이른다.

라투레트 의원은 지난달 의회의 에릭 홀더 법무장관 의회모독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지라는 당론을 거부하고 소신대로 반대표를 던졌다.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유층 증세 법안을 지지한다고 밝혀 공화당 지도부의 비난을 받았다. 그는 당 지도부의 미움을 산 뒤 하원 운송인프라위원회 위원장직에서 밀려났다.

올 2월에는 3선의 여성 상원의원인 올림피아 스노 씨(공화·메인)가 “워싱턴의 당파적 분위기에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스노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 법안을 지지하고 민주당 의원들과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의 초당적 타협안을 만들었다가 당내 강경보수 세력에 밀려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켄트 콘래드 상원의원(민주·노스다코타), 벤 넬슨 상원의원(민주·네브래스카), 마이크 로스 하원의원(민주·아칸소), 토드 플래츠 하원의원(공화·펜실베이니아) 등도 당파적 구조를 비판하며 중도 노선을 걷다가 불출마를 선언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의회#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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