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동성결혼 이슈’ 재점화

  • 동아일보

치킨체인 회장 “반대” 표명 뒤 민주-공화 진영 찬반 대립 격화

최근 미국의 치킨전문 패스트푸드 체인 ‘칙필레이(Chick-fil-A)’가 동성결혼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을 계기로 동성결혼이 다시 뜨거운 대선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민주당이 칙필레이 체인점 설립 반대 운동을 벌이자 공화당은 종교계 원로 빌리 그레이엄 목사까지 나서 칙필레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칙필레이를 둘러싼 논란은 댄 캐시 회장이 24일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동성결혼은 신의 섭리에 어긋난 것이며 성경이 정의한 이성 간 결혼만이 정상적이다”라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칙필레이는 애틀랜타에 본사를 두고 미국 39개 주에서 1600여 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일요일에 매장을 열지 않고 주요 보수단체인 ‘가족연구협회(FRC)’에 3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독실한 기독교 기업으로 정평이 났다.

칙필레이의 동성결혼 반대 발표 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이 시장으로 있는 시카고 시의회의 민주당 의원들은 “칙필레이가 추구하는 가치는 시카고의 가치와 다르다”며 칙필레이가 시카고에 두 번째 매장을 개설하는 것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이 강한 보스턴에서도 칙필레이 체인점 개설 반대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 공화당 진영에서는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등이 나서 다음 달 1일을 ‘칙필레이 감사의 날’로 정하고 “전국에서 보수주의자들이 칙필레이 매장을 방문해 동성결혼 반대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존경하는 그레이엄 목사는 27일 칙필레이 지지 운동에 동참하겠다며 칙필레이 체인점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칙필레이 사태를 계기로 한동안 잠잠했던 동성결혼 문제가 다시 정치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8일 “오바마 대통령의 동성결혼 지지 선언 후 결집된 의견을 내지 못했던 보수 진영은 동성결혼 반대 여론을 조성할 계획인 반면 민주당에서는 동성결혼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최근 경제와 외교 쟁점에 치중됐던 대선 분위기가 다시 사회가치 문제로 돌아설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동성결혼#미국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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