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43년만의 민주선거 “이게 자유의 참맛”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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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의회 선거 투표율 58.6% 기록
의석 배정 불만 동부선 투표 방해도
국민연합, 개표초 주요도시서 선두

리비아가 7일 제헌의회 선거를 치렀다.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지난해 10월 반군의 총탄에 사망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카다피가 1969년 쿠데타로 권좌에 오른 지 43년 만에 치러진 이번 자유선거가 리비아 민주화 여정의 큰 이정표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를 겪은 국가 중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3번째로 민주선거를 치른 것이다.

○ 생애 첫 투표에 환호

이번 선거는 헌법을 만들고, 과도정부를 대체할 새 임시정부를 구성할 의무를 띤 제헌의회 의원 200명을 뽑는 것. 지역구 의원 120명(72개 선거구), 정당비례대표 80명을 선출한다. 3707명의 지역구 후보가 출마했다. 지역구 후보 중 여성은 88명, 비례대표 후보 중 여성은 559명이다.

누리 알아바르 선거관리위원장은 7일 투표 마감 후 잠정 집계 결과 유권자 290만 명 중 170만 명이 투표해 약 58.6%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는 “1554개 투표소 가운데 동부를 중심으로 한 24곳이 선거 반대 세력의 방해로 문을 열지 못했으나 98%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생애 처음으로 투표를 한 리비아 시민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리거나 투표소 앞에서 춤을 추는 등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과도정부의 압델라힘 알키브 총리는 “리비아 국민은 기쁨을 누릴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민주주의로 가는 또 다른 획기적 사건을 맞은 리비아 국민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트리폴리를 방문한 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은 “선거는 성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부 지역 일부 주민은 의석이 적게 할당됐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카다피군에 맞서 목숨을 바쳐가며 혁명의 불씨를 일으켰던 동부가 푸대접을 받았다는 불만의 표시였다. 동부 아즈다비야의 한 투표소에서는 투표 반대시위자 1명이 보안요원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벵가지에선 투표 반대 시위대와 지지 시위대 간의 충돌로 1명이 사망했다. 라스라누프 등 투표소 6곳에선 무장 시위대가 투표용지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 움트는 자유민주주의

개표 결과는 이르면 9일 밤 나온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초기 개표 결과 40여 개 자유민주주의 계열 군소정당 연합체인 ‘국민연합’이 주요 도시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알아시마 민영방송은 마흐무드 지브릴 전 과도정부 총리가 이끄는 국민연합이 트리폴리 중심가에서 80%, 빈민층이 많은 아부슬림에서 90% 이상을 득표했다고 전했다. 동부 벵가지와 알베이다에서도 70∼80%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이집트에서 정권을 잡은 무슬림형제단이 창설한 정의건설당의 무함마드 사완 대표는 대도시의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미스라타와 남부는 치열한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랍의 봄으로 독재자가 물러난 튀니지 이집트와 달리 리비아에서 서구식 민주주의 정권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국민연합이 승리하면 왕정과 이슬람 정권 일색인 아랍국가의 정치 판도에 새 전기가 될 수 있다. 제헌의회가 구성되면 과도정부는 해산된다. 제헌의회가 두 달 내에 임시정부를 구성하면 임시정부는 제헌위원회를 만들어 제헌 의원들과 헌법 초안과 선거법을 마련해 6개월 안에 총선을 치른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리비아#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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