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제18차 당 대표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로 거론되는 왕양(汪洋·사진) 광둥(廣東) 성 서기가 경쟁자이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서기를 연상케 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왕 서기가 올해 2월부터 ‘싼다량젠(三打兩建·3가지 타도와 2가지 건설)’ 운동을 전개해 지금까지 1000명 이상의 당 간부와 공무원을 잡아들였다고 보도했다. 이는 위조품, 뇌물, 시장조작 세력을 척결하고 사회신뢰 시스템과 시장감독 체계를 구축하자는 사회정화 운동이다.
상당수 광둥 성 주민들은 부패와의 전쟁에 나선 왕 서기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싼다량젠이 보 전 서기가 범죄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펼쳤던 ‘다헤이(打黑)’처럼 정치적 반대 세력을 잡아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변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셰펑페이(謝鵬飛) 전 광둥 성 부비서장, 웨이진펑(危金峰) 광둥 성 재정청 부청장, 리즈전(李治臻) 광저우(廣州) 민정국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부패 혐의로 잡혀 들어가면서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까지 왕 서기가 보 전 서기처럼 고문 등 강압수사를 벌였다는 흔적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주 성 간부들을 모아 놓고 “당의 발전과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극도의 결단력과 용기, 인내를 갖고 부패와 싸워야 한다”며 ‘무(無)자비 원칙’을 내거는 등 기존의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결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광저우의 한 정치 평론가는 “부패 관료 처벌은 정적 제거를 위한 고전적인 수법”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왕 서기가 자신의 상무위원 선정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신을 대표적인 개혁론자로 포장하는 ‘오버’를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또 광둥 성의 경제 침체와 환경 문제 등으로 인한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반부패 이슈를 던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왕 서기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이끄는 공산주의청년단파의 선두 주자다. 태자당(혁명 원로나 고위 관료 자제 그룹)인 보 전 서기와 상무위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보 전 서기가 낙마해 그의 상무위원 진입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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