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사드 나팔수’ 유명 앵커 망명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5일 03시 00분


시리아 국영방송 슬레이바 씨… 7개월간 반군측에 기밀 제공도

시리아의 유명 국영방송 앵커가 반정부 세력에 합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정부군 이탈로 흔들려온 시리아 정부가 또 한 번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이 앵커는 최근 7개월간 반정부 세력에 기밀정보를 몰래 제공해 온 것으로 알려져 시리아 정부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일 시리아 국영방송 알둔야 채널에서 앵커로 활약했던 가탄 슬레이바 씨(33·사진)가 지난달 27일 터키로 망명했다고 보도했다. 알둔야 채널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외가 쪽 친척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오랜 기간 기자 및 앵커로 활약해온 슬레이바 씨는 알아사드 정권의 선전기관 출신 망명인사 중 최고위층으로 알려졌다.

터키 남부에 머무는 슬레이바 씨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시리아 동부지역은 반군에 거의 장악된 상태”라며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는 것을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보도를 한 것이 아니라 ‘정권의 혀’로 활동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후 정부의 영향력하에 이뤄진 보도에 회의를 느낀 슬레이바 씨는 지난해 11월 반군단체인 자유시리아군(FSA)과 처음 접촉했다. 그는 “망명을 원한다고 하자 그들은 내가 앵커로 계속 남아 있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고 만류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부터 인터넷 전화로 정부와 정부군의 움직임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앞서 2일에는 시리아 정부군 85명이 터키로 망명해 왔다고 터키 국영방송이 보도했다. 이들 중에는 장군 1명과 장교 7명도 포함됐다. 시리아 사태 발발 후 정부군이 이번처럼 대규모로 터키에 넘어온 것은 처음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한편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알아사드 대통령의 정치적 망명처를 제공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고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가 러시아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4일 전했다. 러시아는 이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시리아#슬레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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