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긴축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4일 20시 02분


코멘트
유럽 각 국의 재정위기로 의료 복지예산이 크게 줄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LA타임스가 13일 전했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고등학교 과학 교사인 프란시스코 레포소 씨는 정기적으로 혈액투석을 해야 하는 만성 신장병을 앓고 있다. 그런데 포루투갈이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진료비 지원이 줄어 1회 12달러이던 진료비는 26달러로 2배 이상 뛰어올랐다. 또 헌혈자에게 혈액투석 비용을 면제해주던 지원도 없어져 투석을 할 때마다 53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지난달에만 투석을 3번 한 레포소 씨는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지만 투석을 하지 않으면 고통을 참을 수 없기 때문에 못해 병원을 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더욱이 급여도 올해 내로 30% 가량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LA타임스는 2차 대전 이후 유럽에서 형성된 복지국가의 핵심적인 혜택 중 하나인 보편적인 의료체계가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고 13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현재 포르투갈을 비롯해 6개 이상의 유럽국가가 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늘렸거나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서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포르투갈에서 긴축재정으로 인한 의료예산 삭감의 영향은 특히 컸다. 포르투갈 정부는 공공의료기관의 약 3분의 1이 이미 파산상태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월과 3월 전년 동기 대비 사망률은 약 20% 가까이 증가했다.
정부는 독감과 유난히 추웠던 겨울날씨 탓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일부 야당 정치인들은 "긴축정책이 국민들의 생계 뿐 아니라 생명까지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지역 자선단체 '세계의 시민들'를 운영하는 안나 필구에이라스 씨는 "정부의 의료예산 삭감으로 빈곤층이 더 큰 고통에 처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그리스에서는 긴축재정으로 인한 의료예산 삭감으로 말라리아 등의 질병이 증가하고 있으며 지중해 상의 작은 섬 등 소외된 지역 주민들이 심각한 의료 서비스 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중해상의 아모르고스 섬의 경우 주민이 약 2000명이지만 병원 1곳에 정규 훈련을 받은 의사는 1명뿐이다. 간단한 피검사를 받기 위해서도 섬을 나가야 한다. 특히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헬기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섬 주민들은 정부에 줄곧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재정위기 이후 예산이 부족하다는 답변만 듣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 2월 130억 유로 규모의 긴축예산안을 통과시켰으며 의료예산에서만 10억 유로를 추가로 삭감할 계획이다.

주애진기자 ja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