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좌지우지 힘들게 됐다”… ‘수치 압승’ 전망에 中 신경 예민

  • 동아일보

수십년간 유일한 후원국

수십 년간 미얀마의 유일한 후원국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중국이 더는 미얀마를 ‘삼키기 좋은 상대’로 여길 수 없게 됐다고 3월 31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1일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것으로 보여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위협받게 된 것이다.

1962년 미얀마에서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공산주의 노선을 유지하며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동안 중국은 합작 사업 등으로 역대 미얀마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군사정권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아 출범한 테인 세인 정부가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꺼리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우호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감소 징후는 지난해부터 이미 나타났다. 미얀마 정부는 지난해 9월 중국과의 합작사업인 이라와디 강의 수력발전용 댐 건설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중국은 댐 건설로 생산되는 전기의 90%를 중국 윈난 성에 공급하는 조건으로 이 사업에 총 36억 달러(약 1132억 원)를 투입하고 있었다. 수치 여사와 NLD도 댐 사업을 강력하게 반대해 앞으로 사업이 재개될지는 불투명하다.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배후에서 외교적으로 방해했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간섭을 비난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얀마를 제국주의 국가처럼 착취하고 있다는 반(反)중국 정서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최근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국의 가스 및 석유관이 통과하는 미얀마 내 지역에 대한 학교, 병원 건설 등의 원조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미얀마와 미국의 관계가 긴밀해지면 현재 미얀마를 통해 확보한 인도양으로의 접근성과 중동 지역에서 원유를 수송하는 지름길을 모두 잃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특히 미국이 미얀마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지를 보여 미얀마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중국 외교 정책 전문가 윈쑨은 “미얀마가 강국인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중국이 예전처럼 미얀마를 삼키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미얀마#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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