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베이징 진입”… 中 한때 내란說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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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 측근 출금-정직… ‘좌파 숙청’ 칼바람
당국 “터무니 없는 소문” 일축

중국이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 시 당서기 해임 이후 대대적인 좌파 숙청에 나서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최근 주창한 ‘정치개혁’이 인적 청산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20일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대표적 좌파 논객인 쿵칭둥(孔慶東) 베이징대 교수의 인터넷TV 프로그램이 19일부터 중단됐다. 쿵 교수는 마오이즘(마오쩌둥 이념) 신봉자로 ‘제1영상망’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쿵칭둥이 할 말이 있다’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그는 지난주 방송에서 보 전 서기 해임에 대해 ‘반혁명 정변’이라고 비난했다. 쿵 교수는 19일부터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상태라고 밍보는 전했다.

좌파 이념의 산실 역할을 했던 좌파 사이트 우유즈샹(烏有之鄕)은 충칭 관련 항목을 아예 삭제했다. 우유즈샹은 15일 보 전 서기 해임 발표 직후 폐쇄된 뒤 19일 다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사이트에 있는 ‘충칭경험’이라는 제목의 코너는 이름만 있을 뿐 콘텐츠가 모두 사라졌다. 충칭경험은 보 전 서기의 행적과 ‘충칭 모델’의 사상적 기초 등을 소개해 왔다.

충칭 내 ‘보시라이 인맥’들도 조만간 모두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신임 장더장(張德江) 충칭 시 당서기는 19일 화상회의를 열고 “5월 열릴 제4차 시 당대회가 충칭 시의 발전을 좌우하는 중대한 전기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위원들을 제대로 선출해 경제사회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파세력에 대한 인적 물갈이를 예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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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충칭 시 상무위원인 쉬밍(徐鳴)이 이미 정직을 당했으며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정부가 보 전 서기 측근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날 화상회의에서 보 전 서기의 측근 중 한 명이던 황치판(黃奇帆) 시장은 “어떠한 분란도 생기지 않도록 해 중앙(베이징의 지도부)을 안심시키고 시민들을 만족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당 지도부의 결정과 뜻에 충실히 따를 것임을 공개 선언한 셈이다. 앞서 17일 류광레이(劉光磊) 충칭 시 정법위원회 서기도 “우리의 행위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버릴 것은 단호하게 버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산케이신문은 보 전 서기가 부인의 수뢰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복수의 중국 공산당 소식통을 인용해 보 전 서기가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출석한 뒤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로부터 ‘쌍규(雙規)’ 처분을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쌍규는 당원의 죄가 엄중할 경우 지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는 것을 뜻한다.

뉴욕타임스도 중국 당국의 내부 문서를 인용해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 시 공안국장이 보 전 서기 가족들의 부패사건을 조사하다 보 전 서기에 의해 해임돼 미국 망명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보 전 서기 해임 사태로 중국 정계가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뉴욕에 있는 파룬궁 계열의 언론사인 대기원시보가 20일 인터넷에 보 전 서기를 지지하는 저우융캉(周永康) 상무위원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충돌해 베이징 시내에 정규군 병력이 진입했다는 내용의 글을 띄워 한때 ‘중국 내란설’이 퍼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군대가 진주했다는 소문이 돈 중난하이(中南海·고관 거주지), 베이징의 시내 중심을 관통하는 창안제(長安街), 공항 등 외곽으로 통하는 길목을 체크했으나 평소와 다른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중국 공안 소식통들은 터무니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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