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참모들 ‘백악관 채소밭’ 반대에도 꿋꿋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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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비서실장들이 전하는 ‘영부인 리더십’

“2009년 미셸 오바마 여사가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채소밭을 가꾸겠다고 했을 때 대통령 측근들 사이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미셸 여사는 ‘도시 빈민 흑인 어린이들에게 채소가 어떻게 재배돼 식탁에 오르는지 보여줘야 한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1일 미국 워싱턴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퍼스트레이디 리더십’ 포럼이 열렸다. 2009∼2011년 미셸 여사의 비서실장을 지낸 수전 셰어 씨는 “미셸의 활동은 최초 흑인 대통령인 남편의 역할을 부각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며 “채소밭 프로젝트도 처음에는 건강 캠페인이 아닌 흑인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작됐었다”고 전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네 명의 퍼스트레이디 비서실장들은 “영부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통령 남편을 ‘인간화(humanize)’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인 로라 부시 여사의 비서실장을 지낸 애니타 맥브라이드 씨는 “2003년 이라크 공격으로 부시 대통령 지지도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 백악관 회의에서 로라는 ‘(남편이 어려우면) 내가 돕겠다’고 나섰다”고 전했다. 그리고 2004년 가을 뉴욕 공화당 행사 연설에서 “나는 남편이 밤에 잠도 못 자고 백악관 잔디밭을 서성거리며 이라크 공격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고 있다”고 말해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을 상당 부분 잠재웠다는 것.

비서실장들은 “대통령 부인들의 리더십은 국가적 위기 때 국민을 위로하는 ‘어머니 리더십’”이라고도 했다. 린든 존슨 대통령의 부인 레이디 버드 여사의 비서실장을 지낸 베스 에이벌 씨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사망 후 존슨 당시 부통령이 빨리 백악관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버드 여사는 ‘재키(재클린 여사)가 슬픔을 딛고 나올 때까지 백악관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말해 국민의 공감을 샀다”고 전했다.

비서실장들은 퍼스트레이디의 패션에 대해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고 했다. 로라 여사는 2007년 모처럼 유명 디자이너 오스카 데 라 렌타가 디자인한 드레스를 입고 케네디센터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행사장에서 자신과 똑같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을 3명이나 발견하자 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비서에게 다른 옷을 가져오라고 해 갈아입었다고 한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비서실장들이 함께한 퍼스트레이디들은 모두 남편인 대통령보다 높은 인기를 누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비서실장들은 “국민이 사랑하는 퍼스트레이디들은 남편을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세우고 활동영역을 찾는 데 균형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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