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건드린 伊정부

  • 동아일보

교황청-교회에 과세 방침
교회측, 年1480억원 예상

과도한 국가부채로 긴축 정책을 펴고 있는 이탈리아 정부가 교황청의 부동산과 교회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유의 부동산에 과세하는 일은 일종의 ‘신성불가침’ 영역이었다.

마리오 몬티 총리 과도 내각은 16일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세법 개정안을 고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가 보유한 부동산은 이탈리아 전체의 20%인 약 10만 건에 달한다. 여기에는 성당은 물론이고 부속학교(9000개), 박물관 및 도서관(2300개), 병원(4700개) 같은 공공시설 등이 포함되며 3분의 1은 호텔 여행사 상점 같은 상업용 부동산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1929년 교황청과 무솔리니 정권 사이에 맺어진 ‘라테란 조약’에 따라 교황청이 소유한 ‘종교 기능’의 부동산에 과세하지 않았다. ‘종교 기능’이라는 말은 광범위하게 해석돼 실제 교황청이 내는 세금은 미미했다. 개정안은 ‘종교 기능’을 좀 더 엄격히 해석해 기존에 면세되던 부동산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

실제 과세가 이뤄질 경우 내야 할 세금에 대해 교회 측은 매년 약 1억 유로(약 1480억 원)로 추정하는 반면 세무 기관은 최대 20억 유로로 추정했다.

교황청에 대한 면세 혜택을 불공정하다고 주장해온 유럽연합(EU)의 호아킨 알무니아 집행위원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교황청에 과세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문란한 사생활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교황청 과세를 회피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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