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중의 甲’ 저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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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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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상장정보 입다물라” 한마디에
“수익 큰 주간사 놓칠라” 은행들 화들짝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월가의 내로라하는 투자은행들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경고장’을 받은 곳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2004년 구글의 기업공개(IPO·상장) 이후 인터넷 기업으로서 가장 큰 규모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페이스북에 밉보였다가는 후유증이 만만치 않아서인지 잔뜩 움츠린 분위기다. 페이스북이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투자은행까지 손 안에 쥐고 흔드는 ‘갑(甲) 중의 갑’으로 올라선 셈이다.

6일 뉴욕포스트와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1일 상장 신청 서류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저커버그는 최근 상장 작업에 관여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에 “언론에 군침 도는 토막정보를 흘리거나 투자자들에게 상장 정보를 제공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e메일과 전화로 전달했다. ‘앞으로 잘되고 싶으면 입 좀 다물어줬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저커버그의 메시지에 투자은행들이 움찔하는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파산했다가 회생해 2010년에 재상장한 GM의 상장 주간사회사를 맡았던 UBS가 GM 말을 잘 듣지 않다 상장 작업에서 배제된 사례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조달 규모 역대 4번째 규모(50억 달러·약 5조5900억 원)인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파괴력이 더 크다. 단지 상장 수수료로 받게 될 4000만 달러(약 447억 원) 때문이 아니라 페이스북의 상장 작업을 맡았다는 ‘후광효과’ 때문에 앞으로 벤처기업들의 상장 주간사회사를 줄줄이 맡을 수 있다. 투자은행들이 수수료 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어 상장액의 1%도 안 되는 낮은 수수료에 상장작업을 맡게 될 것이라고 CNN머니는 전했다. 이는 재상장을 한 GM을 제외한 역대 최저 수수료율이며 구글(2.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저커버그의 경고 이후 페이스북의 고객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해 온 모건스탠리의 개인자산 어드바이저들은 회사로부터 엄중 경고를 들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서로 간의 헐뜯기를 중단했다. 저커버그가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 전달된 이후다.

저커버그의 경고는 ‘비밀주의’를 선호하는 개인적 성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번에 제출된 상장 신청 서류에는 처음 공개되는 페이스북의 내밀한 경영정보는 물론이고 저커버그가 보유한 자가용 제트기 대수까지 기재되어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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