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경고 놓고 프랑스-영국 감정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6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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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신 재정동맹'에서 유일하게 빠진 영국을 원색적으로 공격하자 영국이 '시장이 판단할 것'이라고 즉각 맞받아침으로써 유로 위기를 둘러싼 유럽 정치권의 분열을 가중시켰다.

크리스티앙 노이어 프랑스 중앙은행장은 15일자 프랑스 신문 르 텔레그람과 회견에서 "신용평가사가 프랑스의 AAA 등급 강등을 경고한 것이 이해할 수 없으며 불합리하다"면서 "(프랑스를 강등하기에 앞서) 먼저 영국부터 등급을 떨어뜨려라"라고 촉구했다.

노이어는 그런 주장의 근거로 영국이 프랑스보다 "채무와 재정 적자가 더 많고 인플레도 더 심각하며 성장도 더디다"라고 강조했다. 또 영국의 "여신이 경색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프랑수아 바로앵 프랑스 재무장관도 거들고 나섰다. 바로앵은 15일 프랑스 의회에 출석해 신 재정동맹 구상이 "대영제국만 뺀 모든 유럽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역사는 영국이 주변국이 됐음을 기억하게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영국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연립 정부(내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은 즉각 맞받아쳤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대변인은 "우리는 재정 문제에 대해 신뢰할만한 계획을 마련했다"면서 "시장에서 나타나는 영국 국채수익률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재무부 관리도 "시장이 노이어의 견해에 동조하지 않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영국의 주요 언론도 프랑스에 대한 반격에 가세했다.

영국 최대 일간 대중지 더 선은 '프랑스의 심술'(Gall of Gaul)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노이어 프랑스 중앙은행장을 통렬히 비판했다.

더 선은 "(프랑스는) 위기 속에서 누가 친구인지 적인지 구분하라"면서 "영국을 해코지함으로써 프랑스의 경제 등급을 개선하려 하는 것이라면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다"고 비꼬았다. 이어 "노이어 당신은 AAA 등급 바보군요"라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데일리텔레그래프는 1면 머리기사로 "프랑스가 영국을 상대로 말 전쟁을 선포했다"면서 보수당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프랑스인 특유의 거대한 자기기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더 타임스는 프랑스 측 움직임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유럽 재정 위기의 배경에 대한 '놀라운 무지함'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프랑스와 영국 간 마찰을 전하면서 영국이 프랑스 측의 이런 원색적인 비판에 놀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그러나 이런 갈등에도 영국이 앞으로 전개될 신 재정동맹 협상에 옵서버로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이 부여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채권 디폴트(채무 불이행) 때 보증하는 상품을 만들면서 여기에 유로가 깨지는 상황도 포함할지를 놓고 막판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권은 '유로가 깨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고수하다가 지난달 독일과 프랑스 정상에 의해 처음으로 '그리스가 이탈할 수도 있다'고 후퇴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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