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軍, 좌익 반군 지도자 사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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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악명 FARC 최대 타격… “보복공격 이어질 것” 우려

콜롬비아의 좌익 반군 조직인 무장혁명군(FARC)의 최고지도자 알폰소 카노(63)가 4일 정부군에 사살됐다. 콜롬비아에서 반세기 동안 악명을 떨쳐온 FARC는 최근 조직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지도자까지 잃어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후안 카를로스 핀손 콜롬비아 국방장관은 이날 남부 카우카 주에서 군이 카노의 은신처를 포위한 뒤 총격전을 벌여 그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 작전에는 콜롬비아 특공대와 공군 등 1000명의 군인이 투입됐다. 콜롬비아 정부는 카노의 은신처에서 현금 10만 달러와 컴퓨터, 메모리카드 등을 확보했으며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수염을 자른 시신을 공개했다.

FARC는 1964년 창설 이후 사회주의 정권 수립을 목표로 극렬 무장투쟁을 전개해 왔다. FARC는 마약 거래로 조직 운영자금을 마련했고 1980년대부터는 체포된 조직원들의 석방을 위해 군인, 정치인과 무고한 양민들을 납치해 왔다. 이에 미국은 FARC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콜롬비아 정부의 소탕 작전에 자금을 지원해 왔다. 그 결과 2000년대 초반 2만 명에 육박하던 조직원은 현재 약 8000명으로 급감했다. 1948년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카노는 콜롬비아 보고타국립대에서 법학, 고고학을 전공한 뒤 1970년대부터 FARC의 이론가 역할을 해 왔으며 2008년 최고지도자가 됐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카노의 죽음에 대해 “FARC 역사상 가장 심각한 타격”이라며 “남은 조직원들도 해산하지 않으면 교도소나 무덤 신세를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FARC는 5일 성명에서 “카노의 죽음에도 우리는 게릴라 전술을 이어갈 것이며 정부의 항복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는 카노의 사살이 잇단 보복공격을 낳을 것이라며 콜롬비아의 평화를 바라는 것은 아직 섣부른 일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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