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궈펑 묘역 ‘축구장 14개 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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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3년만에 이장… 초호화 논란

화궈펑(華國鋒) 전 중국 국가주석의 유골이 과거 중국 봉건 제후들의 능에 버금가는 호화스러운 묘역으로 이장돼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화 전 주석의 유골은 3일 산시(山西) 성 뤼량(呂梁) 시 자오청(交城) 현에 조성된 묘역으로 옮겨졌다. 화 전 주석의 유해는 2008년 8월 사망한 뒤 화장돼 베이징(北京) 바바오산(八寶山)에 안치됐지만 그의 유언에 따라 이번에 고향으로 이장됐다.

문제는 묘역이 너무 크고 화려하다는 것. 뤼량 시는 2009년부터 묘지 조성 사업에 착수했는데 주변 녹지를 포함해 1200만 위안(약 20억 원)이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사비가 시의 발표보다 7, 8배 이상 들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묘지 면적이 10만 m²로 축구장 14개 크기이며 묘비 높이도 5.5m에 이르는 데다 묘까지 이르는 길도 365개의 계단으로 치장했다. 일각에서는 화 전 주석의 성을 따 ‘화릉(華陵)’으로까지 불린다고 한다.

화 전 주석은 1976년 마오쩌둥(毛澤東) 사망 이후 권력 공백 시기에 잠시 중국을 이끌었지만 군부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이후 덩샤오핑(鄧小平)과의 정치투쟁에서 밀려 6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났다.

한때는 잊혀진 정치인으로 통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가 홍위병을 척결하는 데 앞장섰고 문화혁명을 종식시켰다는 점에서 개혁개방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생전의 정치적 맞수였던 덩샤오핑의 유해는 대만과 중국 사이의 바다에 뿌려져 무덤조차 없는 반면 그의 묘역은 마오쩌둥보다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사후에도 여전히 덩샤오핑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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