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中 우주굴기… 343km 상공서 세계3번째 도킹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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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첫 키스는 황홀했다.”

3일 새벽 중국의 첫 우주 도킹실험 성공을 두고 중국 언론은 이런 표현을 썼다.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 도킹 기술을 갖게 된 중국인의 기쁨이 역력히 드러난다.

중국의 우주 굴기(굴起·떨쳐 일어남)는 도킹이라는 관문을 가뿐히 통과했다. 이달에 무인 화성탐사 위성을 발사하는 등 우주개발 행보를 거침없이 이어갈 예정이다.

○ 우주 정거장 시대, 성큼 다가서


3일 오전 2시 36분(한국 시간) 지상 343km 우주에서 소형 우주실험실 톈궁(天宮) 1호와 무인우주선 선저우(神舟) 8호가 도킹에 성공했다. 톈궁 1호와 선저우 8호는 총알보다 약 10배 빠른 초속 7.78km로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있다. 이런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무게 수 t의 두 물체가 허용오차 18cm로 도킹하는 것은 초고도 기술이다. 1일 오전 발사된 선저우 8호는 이런 난관을 뚫고 3일 순조롭게 톈궁 1호에 도킹했다. 반관영 중궈신원(中國新聞)망은 “마치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딛고 만나는 듯했다”며 “천상의 입맞춤은 뜨거웠으나 지구에서는 사고가 발생할까봐 안절부절못했다”고 전했다.

톈궁 1호와 선저우 8호는 도킹 상태로 12일간 비행한다. 그동안 톈궁 1호에 장착된 온도 조절, 산소 공급 등 장치들이 시운전된다. 또 선저우 8호에 실린 심박 호흡 체온 혈압 등 4개 생체기능 장비를 단 무게 75kg의 인체 모형 2개도 톈궁 1호로 옮겨져 내년에 보낼 우주인을 대신해 사전 실험을 거친다. 이후 톈궁 1호와 선저우 8호는 분리됐다가 14일 다시 2차 도킹실험을 한다. 선저우 8호는 인체 모형을 싣고 17일 오후 네이멍구(內蒙古) 초원지대로 귀환한다.

이달에 무인 화성탐사선 ‘잉훠(螢火) 1호’가, 내년에는 선저우 9호와 10호가 각각 발사되는 등 향후 우주개발 계획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 중국, 조만간 우주에서도 G2


중국의 우주개발은 1955년 ‘중국 우주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첸쉐썬(錢學森) 박사가 미국에서 활동하다가 귀국하면서 시작했다. 중국의 우주개발은 1992년 9월 21일 우주정거장 계획인 ‘921공정’을 시작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조만간 러시아를 따라잡고 우주개발 분야에서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2개국(G2)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중국 내에서는 자화자찬이 이어진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출발은 늦었지만 선진국의 수십 년 과정을 10여 년 만에 건너뛰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우주 전문가들은 중국의 우주개발이 미국, 러시아에 비해 적은 돈으로 높은 효율을 내왔다고 주장한다. 1992년 이후 도킹까지 20년간 투입한 자금은 약 350억 위안(약 6조2000억 원)으로 미국의 1년 우주 예산(약 180억 달러·약 20조3000억 원)에도 훨씬 못 미친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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