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난민 “땅엔 기근, 하늘선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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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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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군, 반군 거점 공습에 인접 난민촌 애꿎은 피해

사상 최악의 기근에 허덕이는 소말리아 난민촌에 전쟁의 화마까지 덮쳤다.

케냐군은 소말리아에 근거지를 둔 이슬람반군과 해적들이 케냐 해안까지 넘어와 피해를 끼치자 최근 이들을 토벌하기 위해 본격 군사작전에 나섰다. 그런데 반군의 근거지가 난민촌들과 지척이어서 폭격 와중에 난민촌에서까지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기근으로 인한 배고픔과 우기(雨期)까지 겹친 난민들로선 ‘지옥의 끝’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AFP통신은 10월 31일 “2주 전부터 케냐 전투기들의 공격이 반군단체 알샤바브의 핵심 거점인 소말리아 남부 질립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케냐 정부는 “우기여서 지상군의 진격이 어려워 공습 위주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지금까지 반군 100여 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고 발표했다. 케냐의 소말리아 내 반군 공격은 지난달 중순 셰이크 샤리프 아흐마드 소말리아 과도정부 대통령이 라일라 오딩가 케냐 총리의 공습 승인 요구를 받아들이며 시작됐다.

시사주간 타임은 “폭격으로 애꿎은 난민 사상자가 발생하는 역효과가 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국경 없는 의사회(MSF)’에 따르면 31일 하루에만 질립 지역 난민촌에서 5명이 숨지고 45명이 다쳤으며 이들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들이었다.

케냐 측은 무고한 소말리아 난민 피해에 대해 ‘반군의 거짓 선전’이라고 부정했지만 이번 작전은 처음부터 민간인 피해가 우려돼 왔다. 질립 반군 거점이기도 하지만, 난민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 인근에만 소말리아 난민 약 320만 명이 산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31일 케냐가 공격했다는 반군기지는 난민촌과 500m도 떨어지지 않은 지척에 있다.

뉴욕타임스는 “케냐군이 해외에서 작전을 벌이는 게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클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며 “나쁜 날씨 속에서 정교하게 공습하는 건 첨단 무기를 갖춘 군대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우기로 인해 노숙이나 면하기 위해 지었던 움막이 비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과탐 샤테르지 MSF 현지팀장은 “움막을 손볼 여력도 없거니와 공습을 피해 난민촌을 옮기려 해도 비에 갇혀 옴짝달싹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무력 충돌이 본격화되면서 서방세계의 난민 구호활동도 난관에 봉착했다.

이번 전쟁은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케냐는 지난달 초 알샤바브가 조종하는 소말리아 해적들이 케냐 해안에 침입해 서구 관광객을 납치 살해하는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자 반군 소탕을 선포했다. 반군 규모는 최소 2500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케냐는 지금까지 약 3000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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